"육상에도 비닐하우스 정신이 필요하다."
런던올림픽 출전 선수 전원 예선탈락의 악몽을 경험한 한국 육상에 뼈아픈 자성론이 일고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는 "체조의 양학선은 비닐하우스에 사는 악조건 속에서도 금메달을 일궜다. 하지만 한국육상은 메달은커녕 단 1명도 결선무대에 오르지 못했다"라며 "양학선의 비닐하우스 분투를 뼛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실제 한국육상은 이번 올림픽에 17명의 선수를 내보냈으나 트랙ㆍ필드 종목(남자 세단뛰기, 남녀 장대높이뛰기, 여자 허들, 남자 창던지기) 5명의 선수 모두가 1회전을 통과하지 못한 채 짐을 싸야 했다.
도로 종목(경보ㆍ마라톤)에 나선 12명도 남자 경보 5km에 출전한 박칠성이 13위, 경보 2km에서 나선 김현섭(이상 삼성전자)이 17위에 머무는 등 기대 밖의 레이스로 큰 실망감을 안겼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이에 따라 현 국가대표 선수 90% 이상 물갈이하고 일부 종목에 선택과 집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 육상 5대 희망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연맹은 이를 위해 국가대표 선수를 30여 명으로 줄여 훈련의 질을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상택 육상연맹 홍보이사는 "국가대표 지원금액 30억 원을 유지하면서 인원을 30명으로 감축하면 1인당 지원 금액이 기존 3,000만원에서 1억 원으로 늘어나 훈련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상 인재 발굴을 위해서도 기존 대회를 통한 선발이 아니라 육상 지도자들이 직접 전국을 돌며 숨은 유망주를 찾는 방식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육상의 경우, 재능이 있는 꿈나무들이 야구나 축구 등 프로 스포츠 쪽으로 진로를 바꾸는 일이 많기 때문에 연맹차원에서 조기에 스카우트해 전문 육상인으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연맹은 내달 10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희망 프로젝트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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