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의 재범을 막기 위한 각종 억지대책들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성폭행범들은 출소 뒤 다시 성폭행을 위해 날뛰다 살인까지 저질렀다.
전자발찌도 무용
20일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 다가구주택에서 두 어린아이의 엄마인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모(42)씨는 절도 등 전과 12범으로, 성범죄 전과만 3개다. 서씨는 2004년 4월 서울의 한 옥탑방에 침입해 20대 여성을 성폭행해 7년6개월을 복역하고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서울보호관찰소는 출소와 함께 전자발찌 부착 관리대상자로 소급 지정, 보호관찰을 하고 있었지만 법원이 이동제한이나 접근금지 구역 등 다른 준수사항을 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행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었던 것이다.
서씨는 겉으로 법무부의 성범죄 관리에 순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호시탐탐 범행대상을 노리고 있었다. 서씨는 출소 후 4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강의에 한번도 지각이나 결석을 한 적이 없다. 지난해 11월 9일부터 최근까지 약 10개월간 보호관찰소에서 진행하는 정기적인 출석면담이나 36차례에 걸친 보호관찰소의 통신지도에도 꼬박꼬박 응할 정도로 모범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범행 2일 전인 18일 서씨가 일하던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공사현장에서 면담한 담당 보호관찰관도 서씨로부터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속임에 불과했다. 법무부 갱생보호소와 민간갱생보호업자가 운영하는 숙소에서 생활하던 서씨는 올 3월 전기업체 취업 후 중랑구 면목동에 원롬을 얻은 뒤 수시로 음란물을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에서 그는 범행 직전인 20일 오전 2시부터 인터넷으로 음란 동영상을 3시간 정도 본 뒤 이날 아침 7시쯤 범행대상을 찾아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10대 후반부터 소년원을 들락거리며 무려 16년을 복역한 서씨는 26년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착용해도 이동에 제한이 있거나 보호관찰소가 24시간 위치를 추적하는 게 아니라 범죄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갱생보호소 인근에서 흉기 살인
2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서 술집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흉기를 마구 휘둘러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고 4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강모(39)씨 역시 전과 11범으로 성범죄 전력이 2차례나 된다. 2005년 전북 순창군에서 2건의 특수강간을 저질러 7년을 복역하고 지난달 9일 만기출소했다. 강씨는 출소 전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지부 생활관(일명 갱생보호소)을 신청해 경기 수원시로 올라왔다. 공단 생활관은 무의탁 출소자에게 6개월 간 숙식을 제공하며 취업 등을 돕는 곳으로 강씨는 출소 4일 뒤인 지난달 13일 입소했다. 범행 전날 강씨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경기도 안산에 가겠다"며 나간 뒤 이날 오전부터 만취될 정도로 술을 마셨다. 허위외박이었지만 갱생보호소 측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강씨가 생활관에서 1㎞가 떨어져 있지 않은 술집에서 성폭행을 시도했고, 흉기난동을 일으킨 주택은 생활관에서 500m 거리에 있다.
강씨는 전자발찌 부착이나 성범죄자 신상공개 대상이 아니어서 사법당국의 관리가 소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전자발찌법 등 관련법이 2008년 제정돼 2005년 성범죄를 저질렀던 강씨는 대상에서 제외됐고 당국이 소급적용도 하지 않은 것이다. 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지부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법무부에서 정보를 주지 않아 우리도 생활관 입소자들의 성향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생활관 입소자에 대해 경찰에 보고할 의무도 없어 경찰은 주변에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공단 측에 공문을 보내 정보를 요청하고 있는 수준이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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