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착용한 상태거나 출소한 지 얼마 안된 성범죄 전과자들의 잔혹한 성폭행ㆍ살인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사법당국의 성범죄자 관리가 유명무실하다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9시30분쯤 서모(42)씨가 서울 광진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몰래 들어가 유치원 통학버스에 다섯 살, 네 살짜리 자녀 둘을 바래다주고 돌아온 가정주부 A(37)씨를 성폭행하려다 A씨가 저항하자 흉기로 목을 찔러 살해했다. 서씨는 A씨의 다급한 외침을 들은 이웃 주민의 신고로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서씨는 2004년 4월 20대 여성을 성폭행해 7년6개월 간 복역하고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하는 보호관찰 대상자였다. 그는 성폭행 전과 3회를 포함, 절도 폭력 등 전과 12범으로 밝혀졌다. 서씨의 보호관찰관은 범행 이틀 전인 지난 18일 서씨와 면담했고, 서씨는 범행 당시에도 전자발찌를 왼쪽 발목에 부착한 상태였지만 범행을 막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21일 0시55분쯤에는 경기 수원시에서 강간 전과 2범 강모(38)씨가 술집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도주하는 과정에서 가정집에 침입, 흉기 난동을 부려 1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씨는 수원시 파장동 한 술집에 들어가 업주 유모(39)씨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러 유씨와 손님 임모(42)씨가 다쳤다. 술집에서 나와 도주하던 강씨는 범행을 목격한 택시기사가 추격하자 정자동 한 주택으로 들어갔고, 거실에 있던 일가족에게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집주인 고모(65)씨가 숨지고 부인과 아들이 다쳤다.
강씨 역시 성폭행으로 7년을 복역한 뒤 지난달 9일 출소, 수원시 천천동 법무부 갱생보호소에서 머물러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교 교수는 "전자발찌는 위치만 추적할 뿐 성범죄자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재범 우려가 높은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인적 감시를 더욱 강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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