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박 후보의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후보는 이날 검정색 상하의 차림으로 유기준 최고위원, 이학재 비서실장 등과 함께 묘역에서 참배한 뒤 곧바로 노 전 대통령 사저로 가 20여분간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박 후보는 권 여사에게 "옛날에 부모님 두 분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얼마나 힘든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권 여사님이 얼마나 가슴 아프실지 그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어 "제 꿈은 어떤 지역에 살든 어떤 직업을 갖든 모든 국민이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열심히 잘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권 여사는 "이 일이 참으로 힘든 일이고 얼마만큼 힘들다는 걸 내가 안다"면서 "박 후보가 바쁜 일정에 이렇게 와 주시니 고맙다. 한 나라 안에서 한 국가를 위해 애쓰는 분들인데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사의를 전했다.
박 후보는 2009년 7월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조문을 위해 봉하마을을 찾았으나 현지 사정으로 조문을 포기하고 귀경한 바 있다. 이날도 참배 과정에서 박 후보 지지자와 노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 여명이 뒤엉켜 큰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남성은 `참 나쁜 후보의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계획된 참배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다른 남성은 박 후보에게 달려들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노무현재단은 "묘역을 참배하면 우리도 내부 준비가 필요한데 사전 통보가 없어서 당혹스런 상황이었다"면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당의 후보로 선출되기도 전에 가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에는 당 대선후보로서 첫 일정으로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봉하마을을 찾은 것도 이날 전 대통령 묘역 참배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이상일 대변인은 "박 후보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가겠다는 입장"이라며 "김,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국민대통합의 뜻을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22일에는 평소 자신에게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각각 예방한다.
앞서 박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잇따라 참석, "새누리당은 국민께 신세를 많이 졌다. 어려울 때마다 호소를 드리고 그 때마다 국민이 도와줬다"며 "대선에서 승리해야만 국민에게 드렸던 많은 약속을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어 정치쇄신ㆍ민생행보와 관련, "어제 수락연설에서 정치쇄신특별기구와 국민행복추진위 구성을 국민께 약속 드렸다"면서 "국민의 관심도 많고 해야 할 쇄신도 많기에 빠른 시일 내 구성해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대안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이들 기구의 조속한 구성을 당부했다.
김해=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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