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던 여대생이 사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여대생이 남긴 유서에는 "치욕스럽고 고통스럽다. 사장이 나를 협박했다. 죽어서 진실을 알리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동료 알바생들은 "사장이 숨진 여대생에게 '너는 얼굴이 예뻐서 뽑았다'며 자주 추근댔다"고 진술했다. 올해 초 휴학한 뒤 피자 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한 이 학생은 하루 9시간씩 일하며 한 달에 60~70만원을 받았다. 집에서 등록금을 대줬지만 용돈은 알바로 벌어서 해결해 왔다.
계속된 경기부진으로 웬만한 대학생들은 등록금과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알바에 뛰어든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구직을 하지 못해 알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알바 자리 찾기가 바늘구멍이다. 이런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우월적 지위에 놓인 고용주의 부당한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알바생들의 현실이다.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임금체불 및 폭언, 가혹행위, 심지어 성폭력까지 알바생들의 노동권과 인권은 철저하게 외면당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달 알바 경험이 있는 대학생 3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횡포나 착취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사례별로는 연장근로(30%), 임금체불(26%), 계약보다 낮은 임금지급(22%), 폭언ㆍ욕설(10%) 순이었고, 성희롱도 3%나 됐다. 더 큰 문제는 사회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학생들이 고용주의 횡포나 착취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특히 성희롱이나 성폭행의 경우 정식으로 고발하기 보다는 알바를 그만두는 소극적 대응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고교생 알바의 경우 더욱 심각한 수준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당국은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대해서도 성폭력은 물론 부당한 노동행위 등에 대처하기 위한 교육과 신고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상담할 수 있는 센터 확충도 필요하다. 알바를 하다 피해를 당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