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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칼럼] 순천만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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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칼럼] 순천만의 기적

입력
2012.08.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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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만의 갈대밭에 갔다가 순천만의 상징새인 흑두루미에 관해 참으로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본디 흑두루미는 시베리아에서 겨울에 한반도로 남하해서 비무장지대에서 잠시 머무른 뒤 낙동강 하구인 을숙도에서 수천 마리가 겨울을 났다고 한다. 그런데 낙동강 하구댐이 만들어지고 갈대밭이 없어지자 두루미들은 일본 규슈에 있는 이즈미시로 날아갔다. 이즈미시는 흑두루미의 먹이를 위한 논농사를 지을 만큼 새들의 환경보호에 정성을 들인 결과, 지금은 전 세계에 약 1만여 마리 남아 있는 흑두루미의 90%가 날아오는 유명한 생태 관광지가 됐다.

그러니 순천만에는 흑두루미가 거의 날아오지 않았고, 어쩌다가 들르는 두루미들을 다 합쳐봐야 몇 십 마리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날아오는 흑두루미에 대해서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점점 순천만을 찾아오는 흑두루미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던 1991년의 어느 날, 순천만에 인접한 농촌 마을에 살던 한 소년이 추수가 끝난 가을 논에서 놀다가 다리를 다친 흑두루미 한 마리를 발견했다. 몸집이 1m쯤 되어 보이는 흑두루미는 날지 못하고 논바닥에서 퍼덕거리고 있었다.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흑두루미를 집으로 안고 가서 보살펴 줬다. 하지만 집에서 계속 키우기가 힘들자, 오갈 데가 없는 흑두루미를 위해 학교에서는 자연관찰용으로 새들을 기르고 있던 조류사육장에서 살게 해주었다. 소년은 '두리'라고 이름을 붙인 흑두루미에게 여름에는 미꾸라지를 잡아주고 가을에는 메뚜기를 잡아주며 정성을 다해 보살폈다. 세월이 흘러 소년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순천을 떠나자 아무도 두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2001년의 어느 날, 그 흑두루미가 우연히 학교에 들른 순천지역 환경보호 단체 회원의 눈에 띄었다. 그로 인해 순천만에도 흑두루미가 날아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세계적인 희귀조인 흑두루미가 순천만에 날아온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어서 환경단체와 여수 MBC는 즉시 흑두루미를 자연으로 귀환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뜻있는 독지가들과 조류 전문가들, 그리고 순천시의 협조로 그 프로젝트는 조용히 진행되었다.

그런데 '두리'는 10년 동안 인간이 주는 모이를 먹고 새장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야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물고기를 잡지도 못하고 날지도 못했다. 처음에는 두리가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그물망을 치고 바닥에 흙을 깐 대형 조류장을 만들었다. 조류장 주변에 갈대를 심고 연못도 만들어 최대한 자연적인 환경을 만들어 물가의 피라미나 미꾸라지를 잡도록 했으나 곡류만을 먹어 온 흑두루미는 물고기를 외면했다.

그러나 한 달 정도 물고기 사냥 훈련을 통해 먹잇감을 잡을 수 있게 되자, 이번에는 더 넓게 날 수 있는 대형 골프 연습장을 빌려 손님이 없는 시간에 날기 훈련을 시켰다. 그렇게 5, 6 개월의 훈련을 한 뒤, 겨울에 찾아 온 몇몇 야생 흑두루미 무리에 끼어 넣어 함께 어울리게 했다. 처음에는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던 두리는 차츰 그들과 친해져 마침내 봄이 되자 힘찬 날개짓으로 시베리아를 향해 날아갔다.

'두리 귀환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노력을 통해 순천만의 뛰어난 갯벌과 갈대의 생태가 알려지게 되었고, 순천시에서 적극적으로 생태 보전을 위해 노력한 결과 지금은 수백 마리의 흑두루미가 찾아오는 아름다운 철새 도래지가 됐다. 순천시는 10여 년 전부터 갈대와 흑두루미로 상징되는 생태 환경 보호가 지역을 먹여 살릴 것이라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러한 방향을 세우게 한 것은 바로 흑두루미 '두리'였다. 야성을 잃은 흑두루미 한 마리를 살려 준 소년의 사랑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수개월의 공을 들인 시행정가들과 시민들의 자연 사랑이 순천만을 순수 자연 생태를 유지한 아름다운 갯벌로 재탄생시켰다. 그 순천만이 지금은 연간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연간 1,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낳는 기적의 보물창고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명곤 동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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