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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스마트폰 청정 학교를 바라며

입력
2012.08.2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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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의 어처구니 없는 부작용은 여기저기 인권을 갖다 붙이다 보니 상식 수준의 학칙을 시행하는 것에서조차 혼선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교내 휴대폰 사용을 둘러싼 혼선도 그 중 하나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월 공포한 인권조례는 '학교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휴대폰 소지 및 사용 자체를 금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뒀다.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도 사생활의 자유로써 보호돼야 할 인권이라는 취지인데, 사실은 규정 자체가 뜬금없는 얘기다. 어떤 교장이나 교사도 교내생활을 규율하는 범위를 넘어 학생의 휴대폰 소지나 사용을 일반적으로 금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조항엔 '다만 학교규칙으로 휴대폰의 사용 및 소지의 시간과 장소를 규제할 수 있다'는 단서까지 붙여 실제론 학생의 교내 휴대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어색하다.

요컨대 인권선언은 '금지'와 '규제'라는 용어를 교묘히 활용해 '금지는 안 되고, 규제는 가능하다'는 식으로 학생 인권을 존중했다는 생색만 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정쩡한 규정은 학생들에게 '교내 휴대폰 사용 제한은 온당치 않은 인권 침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지금도 학교에서 적지 않은 혼선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학생들의 교내 휴대폰 사용을 인권 문제로만 재단하는 어설픈 관점은 비단 진보교육감들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한 학부모는 학교가 점심시간 등 수업시간 외에 학생의 휴대폰 사용을 억제하는 건 인권침해라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수업시간 이외의 사용금지는 헌법 상의 행복추구권과 통신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학칙 개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다수 교사들은 현실적으로 점심이나 쉬는 시간에 휴대폰 사용을 허용할 경우,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인권위의 결정을 납득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일각의 어정쩡한 관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학교에선 요즘도 일과시간에 학생들의 교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학생들이 규제를 따르는 건 그것이 인권을 무시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교육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학생들의 교내 휴대폰 사용 제한은 지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시행되는 게 옳다고 본다. 특히 12~19세 청소년의 40% 정도가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이제 더 이상 통신의 자유 같은 걸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눈을 뜨고 있는 한 청소년들을 끝없는 게임과 채팅, 동영상과 인터넷서핑의 세계로 이끄는 불가피한 생활환경이 됐다.

물론 스마트폰 환경이 나쁘기만 하다는 건 아니다. 그건 분명한 삶의 양식인 만큼 청소년들로서는 일부러라도 배우고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제공되는 스마트폰 같은 온라인 환경 때문에 청소년들이 현실에서 생생한 느낌을 경험하고 자주적으로 생각하며, 그걸 가다듬어 개념으로 정리하는 기회와 여유를 갖기 어려워진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이젠 학교에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환경을 조성해주는 노력을 펼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최근 환경운동연합 천도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50개 단체가 손 잡은 아이건강국민연대가 '학생 스마트폰 중독 예방과 치유에 관한 법률(가칭)'의 입법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교실에서 스마트폰 때문에 수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이 만연하고 있다는 판단이 운동의 동기가 됐다. 학교에선 와이파이를 아예 차단해 스마트폰 이용을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인권침해니, 시대착오적 과잉규제니 하는 저항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절대 다수 학부모들은 일과시간 중의 학교만이라도 스마트폰 청정(淸淨) 지역이 되기를 절실히 바랄 것이라고 믿는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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