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자가게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남 서산시 여대생 이모(23)씨가 남긴 유서와 친구들의 비통한 심정을 담은 글이 21일 인터넷에 공개돼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이씨는 지난 10일 오후 5시10분쯤 충남 서산시 수석동 한 야산에서 아버지 승용차 안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승용차안에 남긴 유서에서 “TV에서 일어나는 일이 실제로 나한테 일어나고 있다. 치욕스럽고 고통스럽고 모욕스럽다. 그가 나에게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나를 죽일까 봐 너무나 공포스럽다. 그래서 대신 내가 죽는다. 죽어서 진실을 알리겠다. 내가 당한 일을 인터넷에 띄워 알려 달라. 친구들아 도와줘. 경찰 아저씨, 이 사건을 파헤쳐서 그 사람을 사형시켜줘요.”라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씨는 유서를 쓰고 있는 시간에도 이어진 피자가게 사장 안모(37)씨의 휴대폰 협박에 “이 더러운 놈 봐라. 이 순간에도 더러운 카톡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토할 것 같다”라고 적었다.
이씨가 ‘한 줌의 재’로 사라지자 친구들은 ‘친구 일동’이란 제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친구의 영혼위로와 성범죄 처벌 강화를 요구했다. 친구들은 이씨가 8년 전 오빠를 교통사고로 잃었지만 슬픔을 내색하지 않았고, 대학진학 이후 부모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줄곧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짐승 같은 사장이 어떻게든 형량을 줄여보려고 죽은 피해자인 제 친구를 우울증 환자로 치부하려 한다”며 “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말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네티즌들도 분노했다. ‘신상털기’에 나선 일부 네티즌은 안씨의 싸이월드를 뒤져 모자이크 처리 없이 사진을 퍼 날랐다. 서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안씨가 운영한 피자가게 체인점을 실명 공개해 피자체인점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안씨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며 “성폭행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산=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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