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반, 먹일 포', 반포(反哺)는 까마귀 새끼가 자란 뒤에 늙은 어미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주는 걸 말한다. 그래서 부모의 은혜를 갚는 것을 반포지효(反哺之孝)라고 한다. 연암 박지원은 손가락을 베어 아버지의 약에 피를 타 드린 효자였다. 어느 날 식사 중 까마귀를 보자 "너희들 반포하러 왔느냐?"며 고기를 던져준 뒤, 한 마리가 이를 물고 가 반포하는 것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고 한다.
■ 그러나 사람은 먹을 것만 돌려 드리는 게 아니다. 엄마가 들려준 자장가를 우리는 되돌려 드린다. 꼭 소리 내어 부르는 노래가 아니어도 좋다. 다음은 정호승의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잘 자라 우리 엄마/할미꽃처럼/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장독 위에 내리던/함박눈처럼//잘 자라 우리 엄마/산 그림자처럼/산 그림자 속에 잠든/산새들처럼/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잘 자라 우리 엄마/아기처럼/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저절로 벗겨진 꽃 신발처럼//'
■ 10여일 전에 갔던 몽골에서 '엄마의 자장가'라는 구성진 가요를 들었다. '이 세상에 엄마의 자장가 만한 노래는 없어. 그래서 나도 엄마처럼 노래하네.' 어느 민족이든 엄마가 들려준 노래는 이렇게 해서 끊이지 않고 전승된다. 보헤미아 집시의 마음이 담긴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도 마찬가지다. 몽골 유목민들은 동물 자장가도 부른다고 한다. 잠을 재우는 노래가 아니라 새끼 잃은 어미, 어미 잃은 새끼들에게 엄마의 마음으로 새 가족을 찾아주는 의식의 일환이다.
■ 그런데 자장가든 무엇이든 노래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노래는 고요함 속에 태어나지//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 외에는/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할 때 말이야//그때 노래는 형태를 갖추고/깊은 바다 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거품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떠오르지//그리고는 마침내 사람들의 입을/터지게 하거든//그것이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야.//' 북미인디언 이누이트족의 노래다. 노래에 대해 이런 정도의 노래를 할 수 있다니! 유목민들은 모두 시인이며 철학자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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