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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80년 만에 여성을 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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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80년 만에 여성을 허하다

입력
2012.08.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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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1932년 설립 이후 80년 만에 금녀(禁女)의 문을 열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 대회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빌리 페인(64) 클럽회장은 21일(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콘돌리자 라이스(57) 전 국무장관과 투자 회사인 '레인워터'의 파트너 벤처투자가 달라 무어(58)의 회원 가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또 하나의 장벽을 뛰어 넘었다"고 보도했다.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2004년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흑인 장관에 오른 인물. 38세 때는 스탠퍼드대 사상 최연소 및 첫 여성 교무처장을 맡았다. 그는 골프 경력이 10년 미만이지만 상당한 마니아로 알려졌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태생의 금융가이자 자선사업가인 무어는 금융계의 '퍼스트 레이디'라고 불린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에 200억원 가량을 기부했고, 미국의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에 선정될 만큼 사업가 및 기부가로 명성이 나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미국 백인 남성의 특권 의식을 대변하는 전통을 유지하다 1990년에야 흑인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2000년대 들어 여성에게도 회원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오거스타 내셔널은 "남자들만의 사교 모임"이라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특히 2002년 미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마사 버크가 당시 오거스타 내셔널 회장이던 후티 존슨에게 공식항의서한을 보낸 것을 계기로 찬반논란이 크게 일었다. 여성단체는 항의표시로 대회 후원사에 대해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런 여파로 2003~2004년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광고 없이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거스타측은 "개인간의 사교클럽"이라는 이유로 끝내 여성회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지부동이었던 오거스타 내셔널의 변화에는 마스터스의 오랜 후원사인 IBM 최고경영자(CEO)의 자동 회원 입회 논란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관례에 따라 올 1월 CEO에 오른 버지니아 로메티에게 회원 자격을 줘야 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다. 로메티 CEO가 외빈 환영식에 참석할 때 회원이 입는 '그린 재킷'을 걸치지 못하자 여성 단체는 물론 월스트리트저널과 NYT 등 언론까지 들고 일어나 성차별 클럽이라고 비난했다.

마사 버크는 "우리가 결국 이겼다"고 기뻐했다. 지난 4월 여성 회원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너무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환영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 미트 롬니도 자신의 트위터에 "나의 친구 라이스의 회원 가입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빌리 페인 클럽 회장은 "항상 그래왔듯이 새 회원 후보의 자격 심사를 엄격히 진행했다"며 "라이스와 무어에 대한 심사 과정도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미국 사회에서 손꼽히는 기업 CEO, 정치인 등 유명 인사 3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데 평균연령 72세에 동남부지역 백인 부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GE의 전설적인 CEO 잭 웰치도 포함돼 있다.

미국 조지아주의 작은 도시 오거스타는 매년 3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어 숙식과 인근 골프장 라운드, 기념품 판매 등으로 1억달러(약 1,100억원)의 경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오거스타 현지에선 여자 마스터스 대회가 같은 장소에서 열릴 날도 머지않았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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