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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미국의 선택/ 롬니 "갈 길 바쁜데…" 잇단 악재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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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미국의 선택/ 롬니 "갈 길 바쁜데…" 잇단 악재에 발목

입력
2012.08.2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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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이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답답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의 '강간 발언'으로 여성표 단속에 비상이 걸렸고, 미트 롬니 대선 후보가 승부수로 내세운 폴 라이언 부통령 카드는 여전히 반응이 신통치 않다.

라이언 약효 미미

미국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가 지명되면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은 보통 5% 상승한다. 11일 발표된 라이언 하원의원의 공화당 부통령 후보 지명 효과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롬니 후보의 지지율은 겨우 1%포인트 올랐고 라이언 자신의 지지율은 1%포인트도 상승하지 않았다. 4년 전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을 때 지지율이 2%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해도 라이언 효과는 미미하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롬니가 의도한 라이언 효과는 지지율 경쟁의 승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NYT는 "롬니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뒤지고 있는 선거판 전체를 흔들기 위해 라이언을 선택했다"며 이를 '올인'에 비유했다. 공화당 표만 결집시켜도 대의원 270명을 확보해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라 정통 보수 성향의 라이언을 지명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롬니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abc방송은 "라이언이 롬니보다 더 롬니의 이야기를 말하고, 롬니를 공세적으로 변모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메디케어(노인층 의료보장)를 선거 전면의 이슈로 끌어낸 점을 예로 들어 "그가 게임을 바꾸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수십 년 우경화한 보수층만을 포섭하는 전략이 8년 전처럼 대선 승리를 가져올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저명한 선거분석가인 네이트 실버는 "라이언 지명은 다른 후보를 선택했을 때보다 롬니가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줄였다"는 견해를 보였다. abc방송도 "다수의 공화당 인사들이 라이언 지명을 우려하고 있고, 메디케어만 해도 이길 수 있는 이슈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애킨 파문 확산

미국 미주리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토드 애킨의 강간 발언이 대선에까지 파문을 던지고 있다. 하원의원인 애킨은 강력한 낙태 반대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19일 미주리 TV방송 인터뷰에서 강간으로 임신한 경우에도 낙태는 안된다며 예로 든 것이 문제였다. 애킨은 "의사들에 따르면 강간에 의한 임신은 매우 드문데, 정말 강간이 일어나면 여성의 신체가 모든 것을 닫아버리려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폈다. 애킨은 "그렇지 않다면 처벌이라는 게 있다"며 "하지만 처벌은 강간범에 해당하는 것이지 아기를 공격(낙태)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발언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미주리 상원의원 선거 판세가 민주당 후보 클래어 매캐스킬 쪽으로 기울 만큼 파장은 컸다. 더 큰 문제는 20일 미 언론이 일제히 이 발언을 보도하면서 불똥이 여성인권 문제로 번져 그러잖아도 여성표 이탈로 고심하는 공화당 대선 캠프를 곤혹스럽게 만든 것이다.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애킨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며 선긋기에 나섰지만 언론들은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가 강간에 의한 임신의 낙태에 반대한 경력을 공개하며 공화당이 여성에 적대적이라고 물고 늘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강간은 강간일 뿐"이라며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이번 발언이 오바마 선거진영이 스윙주(경합주)의 여성 표 공략에 나선 가운데 나온 점도 공화당에게는 불리하다. 지난단 말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여론조사에서 여성 유권자 지지율은 롬니가 39%로 오바마(54%)에 무려 15%포인트나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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