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이한나(27)씨는 "시원하게 크면서 묵직한 음색에 반해 선택한" 악기 비올라와 참 닮았다. 음악가는 예민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그는 시종 쾌활했다.
그는 30일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최근 괄목할 만하게 성장한 젊은 음악가를 선정해 독주회를 열어 주는 금호 아티스트 시리즈의 한 무대다. 그는 또래 음악가 중 단연 가장 많은 연주 제안을 받는 비올라 연주자로 꼽히지만 이번 연주회는 큰 도전이라고 했다.
"제가 좋아하는 곡을 관객도 좋아하리라는 믿음이 틀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최근 하게 됐어요. 사람들이 어렵게 느끼는 곡만 명곡이 아니라는 생각에 춤곡이나 가곡을 넣어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을 구성했죠. 제게는 꽤 낯선 시도예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번과 같은 정통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춤곡인 마누엘 데 파야의 스페인 민요에 의한 7개의 노래, 슈베르트의 가곡을 편곡한 '모든 영혼을 기리는 날의 기도' 등을 연주한다. 이를 통해 "클래식도 흥미로울 수 있다"는 반응을 끌어내고 싶다고 한다. "클래식은 음악가와 애호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음악일 뿐인데 대중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워요."
세계 정상급 연주자인 로베르토 디아즈, 킴 카슈카시안 등을 사사한 그는 현재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유학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이 지역에서 열린 '세계를 연결하는 실내악 축제(Chamber Music Connects The World)'에서 독일의 간판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영국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와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올림푸스 앙상블 등 여러 실내악단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와 장유진, 첼리스트 심준호와 함께 결성한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의 멤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5세 때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한국무용을 두루 배우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비올라의 매력에 빠진 그는 자신의 연주로 사람들이 비올라를 조금씩 알아가는 게 즐겁다. 그래서 관객과의 소통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그가 소속돼 있는 올림푸스 앙상블의 일상을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 '올림푸스 앙상블'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일단 연주를 잘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나를 통해 비올라라는 악기를 처음 접할 수도 있으니까요. 영화에 출연하고, 프로그램을 색다르게 짜는 것은 이와는 또 다른 방식의 소통이 되겠죠."
그의 꿈은 '비올리스트 이한나'로 더 많은 인지도를 쌓는 것이다. "화려한 독주자로 조명 받고 싶다기보다 비올라라는 악기가 항상 제 이름 앞에 붙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막연한 지휘자의 꿈도 있지만 우선은 비올라로 이루고 싶은 게 많아요. 일단 저를 알리는 동시에 비올라라는 악기도 더 많이 알려야죠."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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