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집단성폭행 가해자가 '봉사왕'으로 성균관대에 합격, 입학사정관제도에 큰 구멍이 뚫린 사실이 드러나자 수시모집 철을 맞은 대학들이 허위사실, 과장된 평가 내용이 담긴 '불량 추천서'나 자기소개서를 걸러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전형자료의 진위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한 입학사정관제의 속성상 한계가 명백해 대학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20일 "교사가 작성하는 서류에서 고의로 허위 사실을 기재하거나 명백히 과오가 있는 부분을 숨긴 경우 추천인 자격을 제한하는 등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허위사실 기재 발견 시 불이익 감수에 대한 고교 측의 서명도 받을 방침이다. 이미 경희대는 다른 학생들과 동일한 내용의 추천서를 쓴 불성실 교사에 대한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입학처에서 해당 교사에게 편지를 보내 유감을 표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주요대학들은 지난해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검사시스템을 활용, 자기소개서나 교사 추천서의 표절, 대필을 가리고 있지만 자체적으로도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경숙 건국대 입학사정관은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 대해 5년간 자체적으로 만든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대필이나 중복표현 사실을 걸러낼 수 있다"며 "추천서에 문제가 발견된 고교에 대해선 항의공문 등 보다 적극적으로 지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들은 면접강화를 통해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복안도 내놓고 있다. 오차환 한양대 입학처장은 "추천서나 소개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학생들을 직접 판단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2차례에 걸쳐 20분간 심층면접을 해 왔지만 이를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추천서나 자기소개서에 기술한 내용의 진위나 범법행위ㆍ징계 등 약점 누락에 대해 검증이 불가능한 실정이어서 보완책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동국대 관계자는 "학생부와 교사추천서, 자기소개서로 판단하는 입학사정관제는 기본적으로 공교육과 학교에 대한 신뢰에 기반을 둔 제도"라며 "대학은 경찰이 아니어서 문제가 생기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입학사정관제의 중요 평가자료인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록하는 문제를 놓고 일부 교육청들은 인권침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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