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선 행보는 사실상 지금부터 시작이다. 12월 본선까지 4개월 동안 헤쳐나가야 할 수많은 난제가 앞에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5ㆍ16 쿠데타 등 과거사 문제 정리, 검증과 네거티브 공세 대응, 수도권과 '2040 세대'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지층에 대한 접근, 당내 화합 및 외연 확대 등 어느 하나 수월한 과제가 없다. 박 후보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12월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네거티브 공세·과거사 문제 대처
본선 과정에서 박 후보에 대한 야권의 검증 및 네거티브 공세는 매우 격렬하고 가혹하게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박 후보의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박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채비에 들어갔다. 별도 TF(태스크포스)팀도 꾸렸다. 5ㆍ16 발언, 정수장학회 문제, 박 후보 동생 박지만씨 부부를 둘러싼 의혹, 공천헌금 의혹, 장준하 선생 의문사 문제 등 전방위적으로 맹폭을 퍼부을 태세다. 특히 5ㆍ16 등 박 후보의 역사인식 및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끈질긴 공세가 예상된다.
이런 문제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대선 기간 내내 박 후보를 괴롭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 박 후보 측도 이런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거사 문제를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경선 캠프 내에서 형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선 과정에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됐던 5ㆍ16 인식 문제에 대해 박 후보가 기존의 발언보다 유연한 입장을 내놓는 방안이 거론된다. 박 후보 캠프 내부에서는 박 후보가 이념적 중도층의 눈높이에도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표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어두운 과거 유산을 털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야권의 공세를 사전 차단하는 차원에서다.
아울러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캠프 관계자는 20일 "박 후보가 '자신과는 관계 없는 공익재단'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지만 이 정도로는 야권 공세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박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필립 재단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해 정수장학회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박 후보 측은 별도의 네거티브 대응팀을 꾸려 근거 없는 음해 등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040 세대' 낮은 지지 극복
박 후보가 상대적으로 가장 취약한 지지층은 세대로는 '2040 세대', 지역별로는 호남을 제외하면 수도권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2040 세대, 수도권, 중도층으로 지지세 확장이 박 후보에겐 절실한 과제다.
박 후보가 이날 수락 연설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런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최경환 캠프 총괄본부장 등 박 후보 측 핵심 인사들이 '변화'를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박 후보는 우선적으로 현장 행보를 통해 젊은층과의 스킨십을 확대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2040 대책과 관련된 질문에 "진실한 마음으로 더 만나고 대화의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캠프 내에서는 이들과의 '소통' 행보를 통해 그동안 쌓인 '불통'(不通) 이미지도 많이 희석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김종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앞으로 한 달은 박 후보가 바짝 뛰어야 하는 기간"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의미다. 이와 함께 박 후보 측은 수도권 및 젊은층 유권자를 염두에 둔 민생 정책 공약을 집중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비박(非 朴) 끌어안기 및 외연 확대
박 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대화합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우선 비박(非朴) 진영 끌어안기 등 당내 통합이 꼭 필요한 과제다. 이들의 협력을 이끌어내 당내 역량을 결집시키지 못한다면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당장 다른 4명의 경선 주자들부터 만나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비박 진영 핵심 인사인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도 만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조만간 박 후보와 다른 4명 경선 후보와의 오찬 회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캠프 관계자도 "박 후보가 이제 '덧셈의 정치'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 전 대표와 이 의원이 대선 본선 선대위에 참여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등도 박 후보에게는 숙제다.
이와 함께 외부 인사 영입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는 수도권,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오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박 후보 측은 이미 외부 인사 영입을 위한 물밑 접촉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후보의 이미지를 보완하고 중도층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참신한 외부 인사를 발굴해 영입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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