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마트 서울 용산점. 수산물을 보관, 판매하는 냉장 진열대에 장어와 함께 진열된 석쇠가 눈에 띈다. 석쇠 옆에는 깻잎, 사케 등이 수산물을 밀어내고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덕분에 지난달 복날 행사 때부터 놓여 있던 석쇠는 요즘 평소 보다 1.8배 가량 많이 팔리고 있다.
장어ㆍ석쇠 조합만이 아니다. 올해 캠핑족 열풍을 겨냥해 냉장 진열된 삼겹살 매장 앞에 간이매대(주요 통로의 자투리 공간에 수시로 설치하는 판매대)를 만들어 숯과 나무젓가락, 쌈장을 펼쳐놓자, 판매가 늘었는데 특히 숯 매출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썬크림 매장 옆에 햇빛에 노출된 피부를 진정시켜주는 마스크 팩을, 여름 티셔츠 옆에는 땀 냄새를 잡아주는 데오드란트를, 맥주 옆에는 안주류를 진열한 결과 각각 매출이 2배 이상 상승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기획한 '연관진열'이 불황 속 매출을 높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관진열이란 생선매장 옆에 화이트와인, 라면 옆에 양은냄비, 기저귀 옆에 맥주를 진열해 놓는 식으로 상호 연관된 제품을 배치해 매출을 올리는 기법. 매장 구성과 상품 진열을 통해 고객이 더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은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즐겨 사용한다. 최근 불황으로 인해 고객 1인당 구매 단가가 5만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 매출이 하락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형마트들은 고객들의 동선, 구매 행태를 더욱 다각도로 분석해 상품 진열을 끊임없이 변화시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기존의 단순한 연관진열이 이제는 고객에게 쇼핑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치밀하게 설계된 연관진열 덕분에 샐러드 옆 드레싱의 매출은30%, 정육매장 옆 쌈장의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배 가량 증가했다"며 "일부 점포에서는 우유 진열대 사이에 시리얼을 놓은 결과 시리얼 매출이 일반 매장보다 1.5배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자동차 핸들 커버 옆에 자외선으로부터 팔을 보호해주는 팔 토시를 진열하자, 매출이 3배 늘었다. 또 자동차 용품 옆 운전시 졸음을 깨워주는 졸음 방지 껌, 미니스커트 매장 옆 종아리 살을 빼는데 도움을 주는 미니 아령, 수영복 옆 야구모자를 함께 진열, 매출 상승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상범 이마트 고객서비스 운영본부 MSV(머천다이징 수퍼바이저) 팀장은 "대형마트들이 고객의 행동유형과 상품 매출 분석을 통해 연관진열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요즘 같은 불황에 연관 진열은 소비자의 고객 구매 단가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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