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벽 같은 게 있어 영수증을 고스란히 모아두는 나다. 그걸 가지고 젊은 카피라이터는 책을 쓰기도 했다지만 내겐 그 어떤 목적에 의거해서는 아니었다. 뭐랄까, 소비에 대한 일종의 죄스러움이 반영된 행동이랄까.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되는데 왜 굳이 택시를 탔을까. 쫄면을 먹어도 되는데 왜 굳이 파스타를 먹었을까.
카드를 긁을 땐 무신경했다가 집에 와 불룩해진 지갑에서 쿠폰 북처럼 책이 되어버린 영수증 더미를 꺼내들 때면 비로소 내가 미쳤지, 라며 머리통을 치게 되는 바, 그때 바로 아는 것이다. 내가 정말 내일이라는 미래를 핑크빛이 아닌 잿빛으로 칠하며 산다는 걸 말이다.
하루살이도 아닌데 하루 살고 말 사람처럼 흥청망청, 네가 결혼해서 네 살림 꾸렸어도 그랬을까. 쓰레기봉투가 터질 새라 꾹꾹 눌러 담기 바쁜 엄마의 나 젊었을 적 레퍼토리가 시작되기 전, 나는 한 달치씩 모아 노란 고무줄로 묶어놨던 영수증을 돈다발처럼 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세상에 거기 나란 여자의 모든 것이 까발려 있지 뭔가.
내가 매운 오징어다리를 일주일에 평균 몇 번 사는지, 요즘 자주 가는 술집이 어디인지, 꽃집은 언제부터 발길을 딱 끊은 건지, 나란 사람을 이렇게 정확히 짚어주는 가늠좌가 또 있을라고. 선배님, 저 고민 있어요, 라고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내 속내 터놓지 않고 사는 이유, 나 소비하는 여자라서요!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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