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시장 긴급 점검에 나섰다. 미국은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의 대대적 반격이 시작된, 현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최대 격전지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판매전략을 점검했다. 이어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찾아 신형 싼타페 등 생산차량의 품질을 직접 살펴볼 계획이다.
정 회장이 미국 방문길에 오른 것은 유럽발 경제위기가 전 세계 자동차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내수침체가 덜 한 미국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콜과 대지진, 엔고 등 영향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던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현재 미국시장에서 파상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의 굴욕을 당했던 도요타는 올해 들어 7월까지 121만대를 판매하며 28.3%의 신장률을 기록중이고, 혼다와 닛산도 각각 18.9%, 14.7%나 판매가 늘었다.
이에 비해 현대ㆍ기아차는 12.3% 성장률로 일본 업체들에 미치지 못했다. 일본업체들의 부진을 계기로 대대적 약진을 거듭했던 현대ㆍ기아차는 사실상 진검승부에 직면한 상태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미국 법인 경영진들에게 경쟁업체들의 물량 공세나 할인 공세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까지 유지해온 '제값 받기'전략을 고수할 것을 강력히 지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이 강력한 물량공세에 위협을 느껴 다시 물량위주의 할인판매로 돌아간다면 현대차는 다시 옛 싸구려 이미지로 회귀할 수도 있다"면서 "어렵게 쌓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결코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자동차 정보 제공업체 에드몬드닷컴에 따르면 올해 1~7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딜러 인센티브는 각각 964달러, 1,347달러로 미국 자동차 업체의 평균(2,173달러) 보다 낮았다. 딜러들에게 큰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도 차가 잘 팔린다는 뜻. 또 현대차는 지난 6월 신형 그랜저HG를 출시하면서 기존 차량보다 25.5%가 오른 3만2,000~3만6,000달러로 가격을 책정했음에도, 판매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정 회장은 3월 유럽, 6월 중국에 이어 이번에 미국까지 올해도 세계 3대 시장을 모두 방문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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