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카이라이가 사형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남편이자 한때 태자당 핵심인사였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시라이는 현재 당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기율위가 그를 상대로 수십억 위안 규모의 부정축재 등 독직 혐의와 함께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살해 연루 혐의를 추궁했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일부 외신은 보시라이가 직접 살인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재판에서 부인 구카이라이가 살인죄를 모두 떠안으면서 보시라이의 입지가 한결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이 중국 차기 지도부가 선출될 18차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3대 정치 세력인 태자당, 공청단, 상하이방이 합의한 결과라는 해석 또한 보시라이에 대한 정치적 단죄가 이 정도 수위에서 그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고 보시라이가 최종 면죄부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복이었던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제출한 비리 자료를 토대로 기율위가 그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보시라이가 더 추락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왕리쥔 재판의 결과가 보시라이가 받을 처분의 수준을 가늠할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 사이트 보쉰닷컴은 왕리쥔 재판이 이번 주 비밀리에 열릴 것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상황이 어떻든 보시라이의 완전한 정치적 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때 유력한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였던 그는 3월 당 기율위에 연행되면서 충칭시 당서기에서 해임됐고 4월 공산당 정치국원 직무도 정지됐다. 공청당 리더인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보시라이가 실각하자 그의 군부ㆍ정계 인맥을 대대적으로 숙청했다.
그러나 과감한 평등분배 정책을 펴면서 '보쩌둥(보시라이와 마오쩌둥을 합친 말)'이라 불리며 태자당ㆍ보수파 대표주자로 등극했던 만큼 보시라이가 이르면 이번 당대회에서부터 막후권력을 발휘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중국 정보기구 소식통을 인용해 "보시라이가 권력이양 과정에서 후진타오 편을 들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숙청 위기에 몰렸던 보시라이의 측근 장하이양 2포병 정치위원이 당대회 인민해방군 대표로 선발된 것을 정황 증거로 들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