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친필로 쓴 '독도 수호 표지석'이 기존에 설치돼 있던 독도 상징 조형물의 일부를 철거한 채 세워지자 조형물을 제작한 작가가 작품이 훼손됐다며 반발하는 등 말썽이 일고 있다. 더구나 이 조형물은 경북 울릉군이 문화재청의 허가도 받지 않고 무단 설치한 불법 구조물로 드러났다. 네티즌들은 "독도 수호를 다짐하면서 이처럼 황당한 일을 벌이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작가 홍모(44)씨는 최근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 '대통령에게 바랍니다. 독도 국기게양대 비석을 제외한 제 작품을 철거해 주세요'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네티즌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19일 독도경비대가 주둔하는 독도 동도의 국기게양대 앞에 있던 호랑이 조형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독도 표지석을 설치했다. 당초 이곳에는 울릉군이 지난해 8월 1억원의 도비 지원을 받아 설치한 국기게양대, 경북도기 및 울릉군기 게양대, 호랑이 조형물, 건곤감리 태극 문양이 새겨진 좌대가 있었다. 독도 표지석은 그 중 호랑이 조형물만 들어내고 설치됐다.
홍씨는 "비석을 세우겠다는 걸 반대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 작품을 임의로 변경하지는 말아달라"며 "철거를 해야 한다면 내 작품이라고 인정되는 부분까지 모두 철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예를 들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팔을 하나 자르고 이름까지 적어서 다른 것을 꽂아 넣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무명 조각가이지만 그 정도는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울릉군은 2010년 독도에 국기게양대 3기 등을 설치하겠다며 문화재청에 두 차례 현상변경허가를 신청했으나 1기만 허가가 나자 이 조형물을 무단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측은 이에 대해 "호랑이 조형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입장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나머지 불법 시공된 부분은 문화재청, 울릉군 등과 협의해 합법화를 추진하고 불가피한 부분은 철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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