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도문제 등을 빌미로 한국에 가하는 압박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에 흥분한 일본이 상대적으로 대응이 쉬운 독도 문제에 집중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보다 일왕의 사죄 요구에 더 반발한다고 보고 있다. 재일한국인인 강상중 도쿄대 교수는 18일 서울 강연회에서 "독도 문제만으로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왕 사죄 요구에 대한 일본의 반발 여론을 언급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게 일왕 문제의 이슈화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현재와 과거 일왕들의 거취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부친인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이 2차 대전 전범이면서도 처벌을 받지 않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일본이 독도문제로 우회해 한국을 압박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일본은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가당착을 보였다. 독도문제에 올인하기 위해 정작 일본이 실효지배중인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에 상륙한 홍콩 활동가들을 입건조차 하지 않고 이틀 만에 돌려보내는 너그러움을 베풀었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에는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센카쿠의 무인도를 사들여 국유화하려는 계획과 배치된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일본이 상대국의 실효지배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는 실효지배를 강화하는 이중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대표 선거와 연내 실시 가능성이 높은 중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국을 공격한다는 지적도 있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교수는 "정치의 계절이 끝나면 문제가 소멸될 것"이라면서 "위안부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일본의 압박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 국채 매입 중단을 거론했지만 현재 일본 정부가 보유한 한국 국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오히려 외국의 한국 국채 매수세가 너무 강해 이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양국 정부가 5월 맺은 국채투자정보공유 약속을 일본이 파기하면 이는 동아시아 금융협력 구도에서 스스로를 제외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일본 민간 금융사가 보유한 한국 국채 비중이 전체의 1%도 안되며 해외차입 의존도도 일본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낮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1일 오전 각료회의를 열고 독도 문제에 관한 전 정부 차원의 보복책을 협의한다고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이 20일 밝혔다. 이 회의에는 노다 총리와 오카다 가쓰야 부총리, 겐바 고이치로 외무장관, 후지무라 관방장관이 참석한다. 후지무라 장관은 "첫 회의라 특단의 결정은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당장 구체적 보복책이 확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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