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는 공공연하게 동부화재의 취약점으로 부실 계열사 지원 등 지배구조 위험성을 꼽는다. 실제로 동부화재는 지금껏 동부하이텍과 동부제철 등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와 부동산 매입, 대출 등 형태로 총 3,000억원을 지원했다.
이처럼 보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이 재벌그룹의 '돈줄'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정치권에서는 제2금융권의 금산분리 논의가 한창이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를 규제하는 금산분리는 은행에 대해서만 지분 소유 한도를 9%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보험과 증권, 캐피털, 자산운용사 등 2금융권에도 확대 적용하자는 게 논의의 핵심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2금융권에도 지분소유제한 적용 ▦보험사의 일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현15%) ▦비은행 금융 지주회사의 일반 자회사 지배금지 등이다.
이런 내용이 입법화됐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4월 기준으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11개 비은행 계열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10개), 롯데(10개), 한화(9개)그룹 등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또 이들 금융사들은 적지 않은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6.49%, 현대증권은 현대엘리베이터 5%, 동부생명은 동부건설 8.2%를 각각 가지고 있다. 현재는 보험사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때 15% 한도 내에서 의결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산분리 강화법이 시행되면 지분을 대거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재계 쪽에선 반발이 거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제2금융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산분리 강화 방향은 맞지만 실행 방안은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에만 소유규제가 있었던 건 은행이 지급결제 시스템을 전담하는 등 공공성이 컸기 때문인데 이제는 투자회사도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통해 일정 부분 예금 기능을 수행하는 등 공공성이 커진데다 저축은행 사태에서 경험했듯 소규모 뱅크런 등 피해를 막을 필요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초과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면 재산권 침해 등으로 법정 소송에 휘말릴 수 있고 상장된 비은행이 초과 지분 매물을 한꺼번에 쏟아내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이 큰 만큼 보안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제2 금융회사들이 초과 지분을 처분한다는 건 누군가 또 그걸 가져가야 한다는 것인데 규모가 큰 금융지주 등으로 압축되지 않겠느냐"며 "여력이 없는 금융지주에 정부나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지분을 사라고 하는 등 압박해선 안 되고 시장이 자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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