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전형은 대입의 가장 중요한 전형으로 굳어진지 오래다. 학생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대학은 대부분 다른 어떤 전형보다도 많은 인원을 논술 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의 관심이 지대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수능이 쉬워지다 보니 일부 상위권 대학이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해 논술의 난이도를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여서 출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교육 경감 대책을 주문하는 학생의 주장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표현력의 측면에서 문장과 문장이 비교적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구성의 측면에서 보면 다소 허술한 부분이 있다. 지금부터 그 부분을 짚어보자.
먼저 학생은 첫 두 단락을 이용해 화제를 제시하고 있다. NIE라는 형식에 맞게 나름대로 선행 텍스트를 잘 활용해 '어려운 논술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에 성공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세 번째 단락에서는 갑자기 학교의 교과과정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가 제출된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논술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학생이 서론에서 문제 삼은 것은 대입 논술 시험의 높은 난이도였지 학교 교과과정의 부실함이 아니었다. 물론 학생은 두 가지 모두 문제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서론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은 주제가 본론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논리적인 측면에서의 뒷받침도 부족하다.
그리고 네 번째 단락에 이르면 다시 어려운 논술 시험이라는 주제로 복귀하면서 이것을 사교육 시장의 확대라는 새로운 이슈와 연결시킨다. 다섯 번째 단락 이하는 아예 사교육 경감 대책에 대한 주장이 골자를 이룬다. 이를 정리하면 앞에서 거론한 논술 시험의 난이도와 공교육의 부실함이 모두 사교육 경감 대책을 위한 소재가 되는 셈인데, 여기에서 학생 글의 핵심이 사교육 대책에 있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그렇다면 서론에서 다뤘어야 할 내용은 바로 사교육 문제가 되어야 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마지막 단락에서는 교육 기회의 평등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이슈가 등장한다. 물론 사교육의 만연이 교육 기회의 평등을 해친다는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만 학생의 글 자체만 놓고 보면 서론, 본론, 결론으로 이어지는 글의 구성이 짜임새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만약 교육 기회의 평등이 학생의 글에서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주제였다면 그것이 서론에서 언급되었어야 했다. 서론은 전체 글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락에서 사교육의 '근본적인 원인'과 그 해결책을 찾을 것을 주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논술문은 바로 그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 제시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생은 글을 시작해야 할 바로 그 지점에서 글을 끝내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한국에서 사교육이 성행하는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명확한 결론이 나와 있으며, 관건이 되는 것은 서로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그것을 해결하려는 방식이 서로 모순적이어서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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