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에서 폭력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노동계 일부 관계자들은 SJM의 직장폐쇄 과정에서의 폭력에 대해 분개하면서도 "늘 그래왔던 일"이라며 오히려 무덤덤해할 정도였다. 현대차에서 벌어진 납치 폭행도 처음이 아니라고 노조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현대차 납치 폭행은 18일 두 차례 발생했다. 19일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전날 새벽 1시30분쯤 선전물 작업을 마치고 노조 사무실에 자러 가던 현대차노조 비정규직지회 김성욱(31) 조직부장과 이진환(37) 선전부장이 공장 경비를 담당하는 직원 6명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목을 졸린 후 승합차에 태워져 울산동부경찰서로 보내졌다. 경비 직원들은 김 부장과 이 부장에 대해 경찰에 "노조 사무실에 불법 침입한 현행범"이라고 주장했으나 풀려나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같은 날 오후 6시40분쯤에는 천의봉(34) 사무장과 이도한(37) 총무부장이 공장 내 현금지급기 앞에서 대형버스에 타고 있던 경비 직원 30명에게 집단으로 폭행 당한 후 승합차에 태워져 각각 울산 동구 대송동 꽃바위와 현대중공업 공장 인근에서 풀려났다.
박현제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우리가 사측의 3,000명 정규직 전환 제안에 반대하자 사측이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고 납치까지 자행했다"며 "폭행 및 납치 가해자들이 현대차 정규직인지 외부 경비업체 직원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울산공장 내 불법파견 노동자가 8,000명에 달하는 데도 3,000명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법파견 논란을 피해가려는 사측의 꼼수"라며 16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사측은 납치 폭행이 아닌 정당한 퇴거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노조 사무실 등 공장 내부에 들어올 수 없는 해고자들이 지난 16일 철조망을 끊고 월담해 파업 시위에 참여, 공장 점거를 시도하는 등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회사 밖으로 끌어낸 것일 뿐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폭행 및 납치를 당한 노동자 4명 모두 해고자지만 임원 혹은 상무집행위원이라 노조 사무실 출입이 허용된 노동자"라고 말했다.
2010년에도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하는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을 차에 강제로 태워 폭행한 후 무단침입 등으로 경찰서에 넘기거나 공장 밖 길가에서 내리게 한 일이 있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SJM, 만도가 파업하는 노조원들을 폭력적으로 공장에서 끌어내 공장을 폐쇄해버렸다면, 현대차는 정상적인 공장 가동을 위해 파업하는 비정규직 노조원들을 끌어낸 것이다. 비영리 공익변호사 모임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공장 폐쇄든 공장 점거에 대한 대응이든 사용자가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방법으로 시설을 경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설령 불법 점거라 하더라고 폭력을 사용해 끌어냈다면 정당방위를 벗어나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업의 사적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파업 시 용역경비의 투입이 전면 금지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윤지영 변호사 등 '용역폭력근절을 위한 정책보고서'를 집필한 전문가들은 "노동관계는 노동3권 보장과 자율적 관계 형성이 기본이므로 파업 시 용역 경비 투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는 기업이 용역경비를 동원해 노조활동을 방해해도 공범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처벌되지 않고 있지만, 용역경비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경찰 등 국가기관의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 당국과 경찰이 미리 불법 파업이라고 예단하지 말고 용역의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등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kmok@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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