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민간업체가 생산하는 기상정보에 대한 인증, 기상정보 유통 사업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확대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어 '예보독점주의'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업체와 마찬가지로 날씨 예보에 대한 신뢰도 평가를 받아야 할 기상청에 민간업체 제재 권한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본보가 입수한 기상청의 '기상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 제13조2항에 따르면 기상청장은 기상 정보의 민간 활용 촉진과 양질의 기상정보 서비스를 이유로 기상정보 인증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증 대상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기상청이 민간업체의 예보에 대해 검증을 하겠다는 뜻이다.
민간 예보업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상청 예보도 틀리는데 인증을 받아야 할 대상이 인증을 해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결과적으로 우리 입에만 재갈을 물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일자 기상청 관계자는 "이 조항은 예보사업자들과는 관계가 없는 부분"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기상청이 민간 예보업체를 제재하려 한다는 얘기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달 삼성화재 측이 '올 여름 루사ㆍ매미 급 태풍이 올 것'이라는 민간 예보업자의 예보를 공개해 문제가 되자 기상청 내부에서는 "민간 예보업체에 대한 확실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상청이 민간 예보업체에 부과하는 과태료 적용 대상을 확대하려는 것도 논란거리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상청은 기상정보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전달ㆍ유통하거나 기상 정보의 최신화 주기를 맞추지 않았을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새로 갖는다. 지금까지 기상청이 민간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경우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한 자 ▦소속 공무원의 검사나 질문을 거부ㆍ방해한 자로 정해졌던 것에 비하면 그 대상이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기상학 전공 한 대학교수는 "예보권을 가진 기상청이 관리감독 권한까지 확대하려는 것은 민간 기상산업을 위축시킬 우려 등 문제가 있다"며 "기상청의 관리감독 권한을 분리 시키거나 기상청도 민간업체들과 동등한 기준에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상청은 기상 정보를 생산하는 만큼 그 유통 질서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며 "기상청의 권한이 지나치다는 지적은 기상청과 민간 예보업체를 경쟁관계로만 보는 일부의 문제제기"라고 말했다. 기상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국회에 정부안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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