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상조(肝膽相照), 순망치한(脣亡齒寒)'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양국 관계를 비유할 때 간혹 인용되는 고사성어들이다. 서로 간과 쓸개를 꺼내 보일 정도로 터놓고 지내고,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릴 정도로 가까운 관계라는 말들인데, 적어도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무역ㆍ투자 등 경제분야에서는 그럴 듯한 표현들인 것 같다.
한국은 지난 20년간 떠오르는 중국의 등에 올라타 재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G2국가로 부상한 중국은 한국에겐 또 다른 기회이자 위협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년간 깊어진 한중 양국관계를 이제 자유무역협정(FTA)체결로 한 단계 더 진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한편, 높아진 한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시급히 개선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양국은 현재 거의 한 경제권역처럼 엮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19일 지식경제부와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수교 당시 64억 달러에 불과했던 한중 양국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2,206억 달러로 무려 35배 가까이 늘었다. 92년 당시 대중국 교역규모는 우리 수출대상국 중 6위였지만 2004년부터는 미국을 제치고 1위 교역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우리나라의 최대수입국이 됐다. 투자에서도 우리의 해외직접투자(FDI) 금액은 지난해 미국(43억2,800만 달러)에 이어 중국(29억2,200만 달러)이 2위였다.
'세계의 공장'에서 이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 중인 중국은 우리 기업에게도 '기회의 땅'이다. 삼성은 수교 이후 지난 해까지 중국에 총 105억 달러(약 12조3,000억원)를 투자했는데, 이는 중국 내 외자기업 중 최대 투자규모다. 2002년 베이징현대를 설립하며 중국에 첫 진출한 현대차그룹도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117만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중국은 한국에겐 어쩌면 '양날의 칼'이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중국 덕을 많이 봤다. 당시 중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을 통해 8%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간 덕분에 한국 역시 대중국 수출 호조로 위기에서 조기 탈출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2%에 달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으로의 수출규모를 더한 것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때문에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지나친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이 지금과 같은 고성장을 유지하지 못하면 한국경제도 직접 타격을 입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투자증가율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스무 살 성년이 된 양국 관계는 이제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부터 사흘간 중국에서 3차 협상이 열리는데, 최대 무역 파트너인 만큼 FTA를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서로에게 위기도, 기회도 될 수 있다. 한중 FTA체결을 놓고"10년이 지나면 양국 교역규모가 5,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농수축산 분야 등 1차 산업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비관론이 교차할 만큼 양국 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봉걸 무협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중 수교 이후 급성장한 대 중국 교역이 우리나라가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한 원동력"이라면서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중국도 예외가 아닌 만큼 중국경제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신흥국으로의 수출시장 다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중국 내수시장도 놓칠 수 없는 만큼 중국을 중간 수출기지로 활용하는 가공무역 중심의 대중 무역구조도 이제 내수중심으로 바꾸고, 중국과의 FTA체결을 통해 이를 적극 개척해 나가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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