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학교로 전학 갔다가 선생님의 세심한 관심을 못 받다 보니까 다시 저희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도 있어요. 정부가 작은 학교를 폐지하고 통폐합하면 (작은 학교 학생들을 흡수한 학교에) 20억~30억원을 지원한다는데, 그 돈을 작은 학교 지원에 쓰면 좋겠습니다."
전교생이 18명인 강원 춘천 서면 당림초등학교 김종인 교장은 소규모 학교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올해에만 본교ㆍ분교를 포함해 전국에서 초교 50곳, 중학교 8곳이 폐지ㆍ통폐합 돼 최근 3년 새 가장 많은 학교들이 없어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통폐합을 강제하지는 않지만, 통폐합 학교에 20억원을 지원함으로써 재정을 통한 고사작전을 펴 현장의 반발이 심하다. 특히 내년에는 통폐합 학교에 초교의 경우 30억원, 중ㆍ고교는 100억원 수준의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학생수 증가에 따른 학교 운영비, 인건비 증가액과는 별도로 주는 지원금이다.
실제로 정부의 학교 통폐합 인센티브는 학교 수를 줄이는 데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인센티브가 처음 도입된 1999년 무려 629개의 초ㆍ중ㆍ고교가 폐지ㆍ통폐합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내년에 재정 지원 인센티브가 대폭 증가할 경우, 구조조정 바람이 더 거세게 휘몰아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중ㆍ고교 통폐합 1곳에 100억원을 지원한다면 10곳만 통폐합해도 1,000억원이니 일선에서 아주 큰 돈"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 쓸 곳이 정해진 경직성 예산이 많은 교육청으로서는 경직성 예산이 아닌 통폐합 지원금을 원하는 곳에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종인 교장은 "주변의 학교들이 20억~30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전산실, 과학실 신축에 쓰겠다고 공언하고 우리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학부모들을 설득해서 통폐합하겠다는 전략을 세우면 충분히 먹혀 들어간다"고 우려했다. 김 교장은 오히려 멀리서 출퇴근하는 14명의 교직원에 대한 실비지원을 받고 싶어 하지만 경제성을 내건 정책 앞에서는 언감생심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학교 통폐합 정책은 지역사회의 인구감소를 촉진하고 지역공동체 문화에도 악영향을 주며, 긴 등교시간 등 학생들의 복지도 크게 악화돼 정책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교육재정 절감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과부는 "교육과정이 다양화ㆍ전문화하는 중ㆍ고교는 규모가 너무 작을 경우 다양한 교과목에 부합하는 적정 수의 교원 배치가 어려워지는 등 교육부실화가 우려된다"며 통폐합을 적극 유도하고, 기숙사 건립 등에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초등학교에 대해서는 소규모 학교를 유지할 필요성을 이해하며, 통폐합 여부를 교육청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쪽으로는 초교의 통폐합 인센티브를 늘리며 통폐합 유도 정책을 강화해 겉과 속이 다른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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