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게임, 드라마, 음악 같은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기라는 사실을 압니다. 다음 차례는 한국 만화라고 생각해요. 특히 스크롤을 내리면서 보는 '웹툰' 같은 디지털 만화 시스템은 상당히 선진적입니다."
미국 최대의 만화 출판사인 마블 코믹스의 시빈 셰블스키(41) 개발 담당 선임 부사장이 한국을 찾았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부천국제만화축제 주최 측인 한국만화진흥원 초청으로 방한했다. 마블 코믹스는 '스파이더맨', '엑스맨', '아이언맨' 등 전세계인에게 사랑 받는 히어로 만화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1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세계 여러 만화축제를 경험했지만 대만, 중국, 일본 등 각국의 아티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건 한국에서 처음 봤다"며 "젊은 아티스트들과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만화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셰블스키의 방한은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꿈의 직장'에 몸담고 있지만 처음부터 마블 코믹스가 그의 꿈은 아니었다. 다섯 살 때부터 꿈꿨던 직업은 만화가였다. 그는 "'엑스맨'과 '스타워즈' 같은 만화를 그리는 게 소원이었다"고 했다.
"그림을 못 그려서 만화가는 포기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TV 뉴스에서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나와서 영화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만화가 말고도 만화 콘텐츠와 관련된 여러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는 지난 6년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마블사의 만화 제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진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는 마블 국제 재능 스카우터 일을 해 왔다. 자신 대신 만화가로 꿈을 펼칠 아티스트들을 찾아온 것이다.
한국 만화가로는 '프리스트'의 형민우 작가를 좋아한다고 했다. 영화 개봉 전부터 스타일이 워낙 독창적이고 다이내믹해서 눈에 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셰블스키는 "한국과 미국의 만화는 생산 시스템부터 큰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90%가 대형 만화사에서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해 회사가 원하는 만화를 만들어 낸다. '헐크', '어벤져스', '스파이더맨'등이 이런 방식으로 탄생했다. 나머지 10%가 대부분의 한국 만화가들처럼 자신들이 저작권을 100% 갖고 만들어 낸 만화들이다.
그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최근엔 작가들이 회사에 고용돼 잠깐 일하다 나와 다시 자기 작품을 만드는 식으로 일하는 게 트렌드"라고 귀띔했다.
한국 만화가들에게 인터넷을 잘 활용해 자기 작품 홍보에 힘쓰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예전 만화가에게는 펜과 종이만 필수품이었지만, 이제는 거기에 인터넷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인터넷을 잘 활용해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돈도 따라 온다'는 말이 현실이 될 겁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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