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16일부터 시작됐지만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한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수시모집에서 2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탓이다. 성균관대에서 성폭행 가해자가 입학사정관제 리더십전형으로 올 3월 진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전의 한 고교에서 지적 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던 학생을 인성이 우수한 봉사왕이라고 대학에 추천했고, 대학은 별다른 검증 없이 리더십이 뛰어난 학생이라고 평가해 합격시킨 것이다. 지난달에는 수험생의 스펙을 조작,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대학에 부정 입학시킨 학부모와 브로커가 검찰에 적발됐다.
입학사정관제는 학교 성적보다는 창의성과 잠재력 등을 평가해 선발하는 방식으로 입시경쟁 완화와 사교육비 경감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전형 근거가 되는 교사추천서와 자기소개서 등을 위조하거나 대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제도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고교 교사 10명 가운데 7명 가량이 입학사정관제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지난해 발표되기도 했다.
올해로 5년째인 입학사정관제가 불신의 늪에 빠져있는 데는 정부의 무리한 밀어붙이기에도 원인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오랜 세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착된 입학사정관제를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차원에서 속도전 치르듯 도입을 강요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행 첫해인 2008년 10개대 254명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 125개대 4만6,337명으로 모집인원이 200배 가량 급증했다.
제도의 허점을 노린 신종 수법이 속출하고 입학사정관의 자질과 인원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쏟아지는데도 이를 고민하고 해결할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을 정도였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입학사정관제 전반에 걸친 점검을 통해 부작용과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제도의 확산보다는 어떻게 제대로 정착시킬지에 역점을 둬야 한다. 대학도 철저한 내부 감시와 검증시스템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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