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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나라 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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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나라 별나라

입력
2012.08.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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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재화의 형태를 취하지 아니하고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하는 일을 용역이라 한다지. 몰라서 사전 뒤적였겠는가. 기실 어이가 없어서이지. 그리고 이어지는 반성. 내 가족이 피 흘리기 전까지는 우리 이웃들의 살아가는 일에 이렇듯 무심할 수밖에 없는 걸까.

올림픽이 개막이던 지난 7월 27일, 안산의 자동차 부품업체 SJM 노동자들이 파업 중에 철퇴를 맞았다고 했다. 컨택터스라는 이름의 용역 업체들이 밀고 들어와 온갖 폭력을 행사했다지. 사람이 사람에 의해 피 흘리는 상황을 뒷짐 지고 방관하던 경찰의 대응도 어처구니가 없었다지만 나는 그들을 다치게 만든 그 은빛 부품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노동자들의 밥줄 벨로우즈를 노동자들을 가해하는 무기로 삼은 용역들의 그 잔인함은 대체 누구의 머리로부터 비롯된 발상이란 말인가. 요즘 학생들 용역 아르바이트 많이 한대. 80년생인 직장 후배에게 밥 먹다 말고 침을 튀어가며 일장 분노를 털어놓는데 녀석, 이러는 게 아닌가. 누나, 저도 군대 가기 전에 그 알바 뛴 적 있어요.

일당 8만원에 서 있는 게 일이라기에 시흥엔가 갔었는데요, 양복 입은 형님들이 모여 하루 종일 장기만 두는데도 포장마차 주인들이 알아서 장사를 접더라고요. 찝찝했어요. 더는 못하겠더라고요, 부모님 생각나서. 그러니 누굴 욕하겠느냐고요. 용역을? 경찰을? 사주를? 법을? 국회위원을? 대통령을? 에이 돈이 괜히 더럽겠냐고!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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