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연골이 찢어졌다. 의사는 아예 찢어진 정도를 넘어 '무릎 안에서(연골이) 돌아다니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유일한 해법은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으라는 것. 2009년 당시 안동중 1학년때 날벼락처럼 들이닥친 부상이었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 '키즈' 강구건(16ㆍ안동고1년)이야기다. 그는 결국 2주후 수술대에 누웠다. 집도의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대신 운동을 포기하라"고 말했다. 강구건의 눈에선 피눈물 대신 오기가 꿈틀거렸다. 인생을 건 재활이 시작됐다. 4개월이 지났다. 강구건은 그 해 순창 주니어선수권 14세부 단식 4강에 이름을 올리며 '살아있음'을 알렸고 이듬해 10월엔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ATF 주니어시리즈 단식 정상에 올라 완벽한 부활을 선언했다. 나아가 2011 순창주니어선수권 우승을 차지해 국내 남자선수 최연소 국제주니어대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강구건은 ITF U-14(14세이하) 월드주니어테니스대회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고 사상 첫 남자부 챔피언에 오를 때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해 일조했다.
고교 진학과 함께 이형택의 '부름'을 받은 강구건은 단식뿐만 아니라 홍성찬(15세ㆍ강원횡성 우천중3년)과 짝을 이룬 복식에서도 올 시즌 4연속 우승(김천국제주니어대회(G5), 순창국제주니어대회(G5), 태국 GSB-LTAT 국제주니어대회(G4), 테크니파이버-LTAT 국제주니어대회(G4) 복식)이란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강구건은 특히 지난달 7일 태국 테크니파이버-LTAT 국제주니어대회(G4) 복식 정상에 이어 다음날 열린 단식 우승도 차지해 2관왕에 올랐다. 주니어 사상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한솔그룹에서 운영하는 한솔테니스장학생이기도 한 강구건과 홍성찬은 9월25~30일까지 스페인에서 열리는 주니어 데이비스컵 본선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형택 테니스 아카데미 원장은 "(강)구건이는 빠른 발과 승부근성, 기본기가 탄탄해 잘 다듬기만 하면 메이저대회 본선행은 어려움이 없을 정도"라며 깊은 신뢰를 보냈다. 강구건도 "이원장님이 멘탈에 대한 주문을 많이 하신다"며 "한 차원 높은 테니스를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강구건은 또 "테니스는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30대의 나이에도 메이저 우승컵을 거머쥔 로저 페더러 같은 자기관리에 철저한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형택 키즈의 또 다른 한 축은 홍성찬이다. 홍성찬은 지난해 연말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제50회 오렌지보울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14세부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홍성찬은 이로써 2009년 같은 대회 12세부 단식 정상 이후 2년만에 14세부 우승도 차지해 한국남자주니어 최초 12세ㆍ14세부 연속 우승기록을 세웠다. 당시 홍성찬의 주니어 랭킹은 1000위권 밖. 결승 상대는 미국 테니스의 기대주로 촉망 받던 252위의 스테판 코즐로프여서 의미가 더욱 깊다.
사실 '떡잎' 홍성찬을 먼저 알아본 이는 세계적인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옥타곤이다. 홍성찬이 오렌지보울 12세부 챔피언에 오르자 옥타곤이 전격 스카우트 한 것이다.
홍성찬 역시 지난해 8월 체코에서 열린 14세 이하 국가대항전인 월드주니어대회에서 한국이 우승을 차지할 때 단복식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올 들어서도 국제주니어대회(중국 대련ㆍ 파나마보울)단식 2관왕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홍성찬은 "내 머리속엔 테니스외 다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테니스는 곧 나의 미래다"라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강구건과 홍성찬은 "런던올림픽에 한국 테니스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랭킹을 100위권 내로 끌어올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반드시 출전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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