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주인공 위주로 출연하다 보니 저 자신에게 많이 식상해 있었습니다. 시청자나 관객들이 즐거워하고 웃을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어요. 제 목적을 충분히 이룬 것 같아 홀가분합니다."
17일 만난 배우 장동건(40) 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출연하며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했다. 불혹을 갓 넘긴 네 남자가 펼치는 4색 로맨스를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빼어난 외모와 패션 감각을 자랑하지만 자기 중심적인 성격에 장난을 좋아하고 독설을 일삼는 건축가 김도진 역을 연기했다.
'프라하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 가든' 등으로 유명한 스타 작가 김은숙씨가 대본을 맡고 장동건 김하늘 김수로 김민종 등이 출연한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24.4%(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장동건의 연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동건은 극중 캐릭터가 자신의 실제 성격과 달라 촬영 초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12년 만의 드라마 출연인데 연기 호흡이나 촬영 속도가 영화보다 훨씬 빨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서 "촬영 초기엔 대사 분량도 많은 데다 토씨 하나 안 고치고 그대로 옮겨야 해서 답답하기도 했고, 김도진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2000년 '이브의 모든 것' 이후 12년 만에 찾은 드라마 현장만큼 낯선 것은 초고화질 방송 환경이었다. 그는 "HD 방송 때문에 당황스러울 거란 말을 흘려 들었는데 막상 1, 2회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크게 웃었다.
장동건은 자신이 20대나 30대 초반이었으면 김도진 같은 캐릭터를 편하게 연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가진 걸 놓으면서 생기는 편안함이 있어 나이 드는 게 싫지 않다"는 그는 "김도진처럼 실제의 나 역시 가정을 갖게 되면서 성숙해 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장동건은 영화 '마이웨이'와 '위험한 관계' 그리고 '신사의 품격'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래선지 당분간 쉬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 찍으며 집에 잘 들어가지 못해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재충전하며 다음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볼 생각이에요."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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