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2012 한국바둑리그에 최근 '꼴찌 주의보'가 발령됐다.
정규 리그 총 18라운드 가운데 14라운드가 진행 중인 이번 주말 현재, 신안천일염이 10승 3패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고 한게임ㆍ스마트오로ㆍ포스코LED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요즘 바둑가에서는 그보다 오히려 9위 Kixx와 10위 SK에너지, 두 꼴찌 팀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들이대는 좌충우돌 난폭운전이 더 화제다.
전기 리그에서 Kixx가 2승 7패에 그쳤고 SK에너지는 1승 8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둬 두 팀 모두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이 사라졌지만 후기 리그에 들어서자 SK가 3승(2패), Kixx가 2승(3패)을 추가하면서 상위권 도약을 꿈꾸는 앞 팀들에게 마구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주에는 SK에너지와 Kixx에 넷마블까지 가세, 최하위 3팀이 잇달아 상위팀을 꺾는 파란을 연출해 막판 순위 다툼에 큰 돌발 변수가 됐다. "포스트시즌에 나가려면 먼저 꼴찌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농담마저 나돌 정도다.
먼저 10일 열린 14라운드 1경기서 9위 Kixx가 정관장을 4대 1로 격파했다. 특히 박정상과 이원영의 대국은 무려 세 시간 만에 극적인 빈집 승부로 끝나 한국바둑리그 속기 대국 사상 최장 대국 시간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오후 9시로 예정됐던 다음 대국이 10시 이후에 시작돼 결국 다음 날 자정을 넘기고 1박 2일간 대국이 진행되는 진기록이 작성됐다.
11일에는 10위 SK에너지가 갈 길 바쁜 티브로드의 발목을 잡았다. 그동안 5위를 유지하며 호시탐탐 4강 진입을 노리던 티브로드는 이번 패배로 4위와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이어 12일엔 7위 넷마블이 3위 포스코LED를 4대1로 대파하고 한 가닥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어갔다.
이번 주에는 19일 열리는 SK에너지와 Kixx, 정유업계 라이벌의 탈꼴찌 싸움이 눈길을 끈다. 전기리그서 Kixx에 2대3으로 패한 SK에너지로서는 후기리그에 반드시 승리해 빚을 갚고 싶지만 주변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 19일부터 베이징서 열리는 바이링배 본선 32강전 때문이다.
바이링배에는 박정환ㆍ이세돌ㆍ백홍석ㆍ조한승ㆍ박정상ㆍ안국현ㆍ김동호ㆍ김현찬 등 한국 선수 8명이 출전하는데 공교롭게도 이 가운데 세 명(안국현 김동호는 1부리그, 김현찬은 락스타리그)이 SK에너지 소속이다. 게다가 5지명 조혜연은 개인적인 이유로 일요일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 결국 1부리그 선수 다섯 명 중에서 출전 가능한 건 주장 최철한과 진시영 둘 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윤현석 감독이 김형환ㆍ정두호는 물론 그동안 한 번도 1부리그 경기에 출전치 않았던 이슬아까지, 락스타리그 선수 전원을 비상소집해 배수의 진을 쳤다. 지금까지 락스타리그 소속 여자 선수가 1부 리그 경기에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전력 저하가 불을 보듯 뻔하다.
반면 상대인 Kixx는 바이링배 출전 선수가 박정상 한 명 뿐이어서 전력 유지에 별 문제가 없다. 물론 모든 승부는 막상 뚜껑을 열어 봐야 아는 법이지만 어째 이번에도 SK에너지가 꼴찌 신세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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