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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연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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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연임 유감

입력
2012.08.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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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거의 일치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을 강행했다.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까지도 연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지만, 임기를 불과 수개월 남겨둔 시점인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눈과 귀를 틀어막은 채 독단적 인사를 삼가지 않았다. 내가 겪어본 대통령 가운데 이렇게 마지막까지 '불통'으로 일관한 대통령이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5년 전 선거에서 이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그것은 어찌됐든 우리 국민들의 민주적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5년 동안의 자의적 국정 운영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완성되지 않는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에 지나지 않으며,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국민들과의 지속적 소통을 통해 정책과 인사를 수행해야만 한다.

무조건적으로 여론만 추수하는 국정 운영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국가는 그저 여론을 따르기만 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사회의 국가라면 사회 여론을 숙고의 대상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선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소통' 과 '숙의'에 있다. 이번 현병철 위원장 연임 강행은 소통도 숙의도 없는 반민주적 소아적 자기중심주의를 보여주었을 따름이다.

민주주의는 소통과 숙의가 핵심이다. 선거가 민주성을 잉태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통과 불고를 낳았을 때를 대비해 각종 절차적 법제도와 장치들이 개입한다. 이를테면 대통령의 독단을 막기 위해 또다른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청문회를 하고 임명동의를 행하고 몇몇 주요 공직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올해 초 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확실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기존 인권위법 제5조 3항은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었으나 개정법은 여기에다 '이 경우 위원장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 한다'는 후문을 첨가했다. 이로써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은 인권위 역사상 최초로 국회의 인사청문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 개정은 민주주의적 이상으로부터 다소 거리가 있는 것임이 드러났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반대를 개진했지만 이러한 의견은 대통령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었으니, 소통과 숙의의 민주주의를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대통령의 권한을 보다 강하게 통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인권위원장 임명절차 개선이 필요하다. 국가인권위는 대통령 산하 일개 행정부처가 아니다.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해서 수행'하는 또 하나의 국가기관으로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권위원장 임명 절차는 이를 대통령의 독단에 맡겨두기에는 그 위상과 심각한 부정합을 일으킨다.

인권위원장처럼 국민들로부터 직접적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의 경우엔 대통령이 홀로 임명하지 아니하고 국회 동의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그러므로 국가인권위원장 임명도 국회의 동의를 얻게 하는 등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단지 인사청문을 형식적으로 거치는 수준을 넘어 어떤 형태로든 국회가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인권위원장 임명동의가 헌법에 국회의 권한으로 열거돼 있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국회의 동의권은 헌법의 명문 규정에 의해 소진된다고 해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법률로 성립되었거니와 위원장 임명 절차도 법률로 정할 수 있는 것이리라. 대통령이 소통과 숙의를 하지 못하면 국회가 나서서 소통하고 숙의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김도현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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