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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의 도시 베네치아' 한권으로 보는 베네치아 500년 흥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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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의 도시 베네치아' 한권으로 보는 베네치아 500년 흥망사

입력
2012.08.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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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도시 베네치아/로저 크롤리 지음ㆍ우태영 옮김ㆍ다른세상 발행ㆍ560쪽ㆍ2만6,000원

아드리아해 섬 사이 습지의 오크나무 말뚝 위에 위태롭게 선 도시, 석호에서 나는 숭어와 장어, 염전 말고 내세울 게 없는 도시, 토지가 없어 봉건제가 존재하지 않았고 기사와 농노의 구분도 분명하지 않은 곳. 역사상 가장 길다는 천수를 누린 공화국 베네치아다.

무역을 하지 않고는 먹고 살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이 나라는 그 때문에 귀족마저 이익을 동전까지 계산하는 상인이 되었고, 국민은 깊은 바다에서 거센 풍랑을 만난 배 위의 선원처럼 잘 뭉쳤다. 항해와 화물 수송에 능해 선박의 질은 높았고, 효율과 합리성을 앞세우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와 복잡한 선거제도가 발달했다. 잘 갖춰진 법제도, 공무원의 부정행위에 대한 철저한 감시, 가톨릭교와 유대교, 그리스정교가 혼재된 사회를 절묘한 균형 감각으로 유지해냈다.

영국 저술가가 쓴 이 책은 제4차 십자군의 병력과 물자 운반을 맡으며 베네치아가 동지중해의 해권을 장악하는 시기를 전후한 11세기부터 500년간 대외 관계와 사회 변화를 정리했다. 탁월한 상인들이면서 그 상술을 국가경영에도 그대로 적용해 교묘한 외교와 정교한 군사전략을 펼친 전성기 베네치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비잔틴과 로마 황제 사이의 줄타기나 지중해 제해권을 놓고 제노바와 벌인 싸움 등 대외관계의 부침을 보여주는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하지만 상인들이 해외에서 투옥되었다고 바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참을성 있게 영사를 파견해 설득하고 물건을 도둑 맞았을 때는 몇 푼 아니더라도 반드시 배상을 요구하는, 대화를 중시하면서 결코 손해 보지 않는 외교 수완에 눈길이 간다.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베네치아> 에 비해 다루는 시기도, 분량도 절반 정도. 베네치아를 한 권의 책으로 파악하려는 사람에게 적당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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