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시장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DTI 완화 카드를 꺼낸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가계부채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으면 가계부채만 더 쌓이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최근 주택시장의 부정적 심리가 커진 탓에 거래를 자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DTI 완화가 부동산 시장의 심리적 안정을 유도할 수는 있겠지만, 집값 상승과 거래량을 늘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굳어진 상황이라 실수요를 살리기 위한 DTI 완화라면 타이밍이 늦은 감이 있다"며 "다만 집값의 추가 하락을 막는 정도의 효과는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에 대한 영향을 놓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DTI 완화로 가계대출 총액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며,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서면 상환 여력이 떨어져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40세 미만 직장인의 향후 10년간 소득증가율을 고려해 DTI를 완화한 것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당 기간만큼 연장한 데 불과하다"며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대출 총액만 늘려 상환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경제 회복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소득이 늘어나야 할 사람들에게 빚 부담만 더 지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DTI 완화가 가계부실로 직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말 국회 업무보고에서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일부 고령층과 영세 자영업자와 같은 취약계층의 가계부채가 문제"라며 "소득은 낮지만 보유 자산이 많은 은퇴자나 앞으로 소득 증가가 확실시되는 젊은 층은 상환 능력이 충분해 가계부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이삭디벨로퍼 김태석 대표는 "DTI 완화 대상을 상환 능력이 높은 층으로 제한해 담보대출 부실화 우려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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