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입맛이 없을 때 혹은 마땅히 갈 데 없을 때 편의점에 들르곤 한다. 한 끼 식사를 해결해야 하거나 갖가지 스트레스로 씹거나 빨거나 할 뭔가의 주전부리가 필요할 때 편의점에 가면 뭐든 다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유통기한 하루짜리 천원 김밥에 꽂혀 내내 그것만 사먹은 적이 있는가 하면 매운 오징어다리를 하도 물고 지내 사무실이 고린내에 푹 젖은 적도 있었다.
윗선에서 꾸지람을 들은 어느 날, 아랫선에서 치고 올라옴을 목격한 어느 날, 나는 저벅저벅 걸어 왜 편의점 파라솔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핥았던가, 캔맥주를 냉수처럼 마셔댔던가. 어쩌다 사람 관찰하기가 취미가 되어버린 내 시야에 한 남자가 목격되기 시작했다.
거래처 직원이라 얼굴은 아는데 교정지를 갖다 주고 갖고 오는 단순한 노동이 업무라 서로 이름 석 자 알고 알려줄 필요조차 없던 사이. 와이셔츠 단추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살찐 배를 안고 느릿느릿 걸어다니던 그는 편의점에서 매일 홀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말수도 없고 주변머리도 없어 사회생활 힘들겠거니 예상했던 바, 그러나 그걸 단순히 딱하다 할 수 없었던 게 컵라면 코너에서 이것저것 들었다놓으며 짓던 그의 표정이 너무나 해맑았기 때문이다. 컵라면에 김밥, 컵라면에 오뎅, 컵라면에 샌드위치, 컵라면에 소시지가 무슨 조화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에게 편의점만한 오락실이 또 있었으랴. 우리들의 스트레스가 오늘도 별별 창업을 일으키게 하나니.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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