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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D한의원 기막힌 보험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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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D한의원 기막힌 보험 사기

입력
2012.08.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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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100만원 쉽게 번다" 입원 꼬드기는 병원

서울 강북의 6층짜리 건물에 자리한 D한의원. 보험사기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버젓이 영업하는 ‘간 큰 병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17일 찾아간 한의원은 폐쇄적인 느낌을 줬다. 6개층 중 한의원이 쓰는 4·5·6층 창문은 모두 커튼으로 가려져 있고, 접수를 하는 5층 입구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환자 3, 4명이 진료를 기다리는 모습은 평범한 한의원 풍경. 진료 전 작성하는 접수증에는 기본 인적 사항 외에도 본인이 가입한 자동차 보험회사를 적는 공란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이 건물 창문에 ‘입원실 운영, 교통사고 입원치료’라는 광고문구가 달려 있었다.

외부에서는 커튼에 가려져 볼 수 없는 6층 입원실로 올라가 봤다. 입원실의 20여개 병상이 텅 비어 있었다. “다들 어디 갔냐”고 묻자 “물리치료를 받는 시간”이라는 한의원 관계자의 짤막한 대답이 돌아왔다. 5층 물리치료실에는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D한의원은 지난 2009년 개원 때 ‘S’라는 이름을 썼다. 하지만 2010년 ‘M’한의원으로 바꿨고 다시 ‘W’로 쓰다가 지금은 ‘D’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개원 이후 3번이나 개명을 했다. 기자가 이날 D한의원의 체성분 측정기에서 뽑은 검사표 우측 상단에 등록자가 개업 당시 이름인 S한의원으로 찍혀 나왔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2010년 보험사기 제보를 받고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자 S에서 M으로 간판을 바꿨다”며 “보험사기에 연루되거나 의심을 받고 있는 병ㆍ의원은 통상 이름을 바꿔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이 한의원 개업 당시 행정 책임자로 일한 A씨와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 한의원을 설립한 실질 오너는 보험설계사인 김모(56)씨로 한의사는 월급 원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수사당국도 한의사 등 병원관계자로부터 김씨가 이 한의원의 주인이라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자금을 투자해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의사 명의로 병원을 개설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김씨의 보험사기 수법은 충격적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보험대리점 인근에 작은 규모의 한의원을 개원하고, 보험가입자들을 상대로 ‘아는 한의원에 입원하면 한 달에 보험금으로 100만원은 쉽게 벌 수 있다’고 꼬드기는 방식으로 이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한다. 몇 명은 보험료를 직접 내주기까지 했다. 김씨는 혹시 모를 경찰의 휴대폰 위치 추적을 대비해 환자가 병실 밖으로 나가더라도 휴대폰은 꼭 병실에 두라고 지시했다.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쳤다’고 말하라고 응대법도 숙지시켰다. A씨는 “김씨가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활용해 관리하는 ‘환자 풀’만 100여명”이라며 “6개월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시켜 보험금을 타냈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김씨가 이렇게 나온 보험금의 대략 20%를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에게 이곳에 환자를 허위로 입원시켜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는 보험설계사 김모(56)씨 이야기를 꺼내자 이 직원은 “우리는 그런 적 없다. 김씨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언성을 높였다.

경찰로부터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 받은 서울남부지검은 현재 보험설계사 김씨와 이한의원에서 일한 한의사 3명 등 병원관계자 6명을 사기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 10건 중 9건은 안 걸려… 대담 무쌍 잔혹해지는 보험사기극

모텔을 운영하던 이모(41)씨는 2003년 종업원 최모(당시22세)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최씨 명의로 13건의 보험계약을 맺었다. 이씨는 이듬해 8월 최씨가 실종됐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최씨는 모텔 폐쇄회로(CC)TV에 모텔을 나서는 모습이 찍힌 걸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해졌다. 5년이 지난 후 법원은 사망자로 처리됐다. 이씨는 보험사에 24억원의 보험금을 달라고 청구했지만, 숨어 지내던 최씨가 올해 초 검찰에 자진출두 하면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실종신고 이후 5년 동안 종적을 찾지 못하면 서류상 사망자로 처리 한다는 민법 조항을 보험사기에 활용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법이 보험사기 도구로 전락

도박 빚에 시달리던 임모(41)씨는 2009년 직장동료인 이모(36)씨와 짜고 자신이 일하던 공장에서 철판절단기를 이용해 자신의 손목을 절단하는 사고를 꾸몄다. 임씨는 이씨가 실수로 절단기를 작동해 사고가 났다는 것을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 이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고,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 모두가 미리 들어둔 상해 보험금 2억 7,700만원을 타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임씨가 이씨에게 내려진 벌금 300만원을 대신 내는 바람에 이를 수상히 여긴 수사당국의 추적으로 덜미가 잡혔다.

보험사기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보험의 특징과 보험금 지급절차의 허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을 뿐 아니라 법망을 피해가는 데도 귀신 같은 솜씨를 발휘할 정도다. 여기에다 대담한 정도를 넘어 최근 킬러를 고용한 중국원정 청부살인, 타인의 시신을 이용한 사망위장에 방화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무자비함과 잔인함이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히 보험사기 공화국이라 할 만큼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수법이 다양해지고 지능화하고 있지만 법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부지급 보상금은 눈먼 돈

지난해 말 황모(35)씨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자신과 초등학생 딸이 뺑소니 사고를 4차례 당했다며 정부보상금 920만원을 받아 챙겼다. 임모(43)씨도 2건의 뺑소니 사고를 위장해 1,000만원을 타냈다. 가해자를 알 수 없는 뺑소니나 무보험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에게 정부가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정부보상금으로 나간 돈만 9,270명에 451억여원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사기 또는 위장으로 의심이 되지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거의 적발이 되지 않는다"며 "허위로 도주 차량 피해신고를 해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사법당국은 현재 뺑소니와 무보험 차량 교통사고로 정부보상금을 받았지만 사기성이 짙은 17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올 초 경찰에 적발된 수입차 보험사기 일당은 빗물로 인해 생긴 웅덩이 등 도로 결함으로 사고가 날 경우 보험사 외에 도로 관리를 맡은 지방자치단체도 추가 배상을 해야 한다는 점을 노려 7억여 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걸려도 그만, 안 걸리면 대박"

특히 입원비를 보장해주는 실손형 보험가입자가 늘면서 민영의료보험 사기가 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이른바 생계형 보험사기로 불리는 실손형 보험사기에는 일반인들과 의료인들이 큰 죄의식 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하고 있어 수 백, 수 천 명이 연루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이 어려운 병원 측은 가뜩이나 적자구조인 건강보험으로부터 진료비를 타내는 식이니 생계가 어려운 일반인과 병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보험사기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런 생계형 보험사기에 대해 일반인들이 범죄라는 인식보다는 도박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5월 경남 창원시에서는 1,361명이 연루된 총 95억원 규모의 보험사기가 적발됐다. 이들 중 대부분(1,099명)은 간염ㆍ당뇨ㆍ관절염 등 통원 가능한 질병임에도 병원 3곳을 돌아가며 평균 64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보험금을 타냈다. 지난해 11월에는 강원도 태백에서 이 지역 소재 3개 병원 원장 등 의료인 7명을 포함해 도시인구의 1% 가량인 410명이 보험사기를 벌였다. 창원지역과 비슷한 보험사기 수법으로 총 157억 원의 보험료를 타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마을사람들끼리 입을 맞춰 알리바이를 조작하기도 했다.

생계형 보험사기가 크게 늘다 보니 보험사기에 연루돼 적발된 사람 수도 크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년 6만3,360명, 2010년 6만9,213명, 2011년 7만2,33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직자나 일용직, 유흥업소 종사자 등 경제적 약자가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적발률이 10%에 불과한 탓에 '걸려도 그만, 안 걸리면 대박'으로 여겨 확산되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 사기 1순위는 車보험

2009년 3,367억원이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0년 3,747억원으로 11.3% 커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4,236억원으로 13.1% 증가했다.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보험사기는 적발률이 10% 남짓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탓도 있지만 사고 처리 및 보험비 청구 제도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의 56.9%로 가장 빈번한 보험사기 유형인 자동차보험의 경우, 미수선 수리비 지급제도의 문제점이 가장 먼저 지적된다. 미수선 수리비는 사고 차량을 직접 수리하지 않고 수리 예상금액을 지급하는 제도. 일선 수사관들은 "고급 승용차의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액수를 줄이기 위해 거액을 미수선 수리비로 지급해 합의를 보는 일이 많다"며 "이러한 관행을 노린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가 수입차는 객관적 수리비 기준이 없고, 차 수리 동안 지급해야 하는 렌터카 비용만 수 천 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미수선 수리비만 문제 삼기 전에 당국이 차량 수리비 등의 기준부터 명확히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과도한 경쟁에 따른 보험 중복 가입도 문제다. 큰 건을 노린 대형 보험사기범죄의 여건을 보험사들이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2005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된 4만명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9.8건의 보험을 들고 있었다. 이는 일반인 평균보다 3배나 많은 수준이다. 3개월 이내에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사람도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판촉을 하고 있는 보험사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 가입을 승인하기도 한다"며 "그만큼 보험사기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설계사의 자질과 도덕적 해이도 보험사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강원 태백시 주민 400여명이 가담한 보험사기의 경우 전ㆍ현직 보험설계사 72명이 연루돼 있다. 병상 20석 규모 입원실이 있는 한 개인병원 사무장은 "보험설계사가 환자를 데려올 경우 치료비의 일부를 커미션으로 지급한다"며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 의도가 의심되지만 수입이 늘어나는 병원으로서는 '나이롱 환자'라고 마다할 이유가 없겠느냐"고 털어놨다.

전체 보험사기 혐의자 중 보험설계사 수도 2009년 652명에서 지난해 921명으로 40% 이상 증가했다. 보험회사들이 보험설계사들을 뽑아 놓고는 제대로 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 "보험범죄엔 우리가 족집게" 경찰 뺨치는 SIU

40대 여성 안모씨는 지난해 12월 '동생이 갑작스럽게 죽었다'며 보험회사에 보험금 34억원을 청구했다. 사망진단서 등 안씨가 보험금 수령을 위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던 보험회사 직원들은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뇌출혈로 집에서 쓰러져 사망했다는데, 고인은 생전 고혈압 같은 지병이 없었다. 사망 몇 달 전 갑작스럽게 거액의 보험에 가입했다는 점도 수상했다. '뭔가 있다'고 판단한 보험회사는 경찰에 제보를 했다. 그리고 얼마 뒤 경찰은 죽어 화장까지 했다는 안씨의 동생이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두 발로 걸어 다니고 있는 황당한 현장을 목격했다.

최근 서울경찰청에서 밝힌 '무속인 보험사기 사건'의 전말이다. 경찰은 생명보험금을 타기 위해 특별한 연고가 없는 사람을 살해한 뒤 자신이라고 속인 무속인 안모씨와 안씨의 언니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사건 해결에 단서를 제공한 대한생명 보험심사팀(SIU)의 서인천 조사실장은 "어엿한 가족들이 있는데 장례식도 치르지 않고 서둘러 화장했다는 것부터 이상하게 여겼다"고 귀띔했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보험범죄 탓에, 대부분의 보험사에서는 20~30명 정도로 구성된 SIU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특별조사팀이다. 의심이 가는 보험 청구건을 1차로 수사한 뒤 일선 경찰서에 넘기는 일을 맡는다. 구성원도 전직 경찰, 간호사 등 다양하다. 서 실장도 17년 간 경찰에 재직한 수사 베테랑이다. 현재 대형 보험사들은 조사 전문회사를 자회사로 따로 두고 보험금 청구건의 5~10%를 조사하고 있다.

보험범죄 분야에서는 경찰만큼 '감'이 좋다고 자부하는 SIU팀 구성원들은 "기본적으로 사실관계가 '상식'에서 벗어나면 보험범죄가 아닐까 의심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09년 오모씨 등 5명이 후배 박씨 앞으로 17억원 상당의 보험을 가입해 놓은 뒤, 샤워실에 들어간 박씨를 가스 온수기의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게 한 일명 '가스 온수기 살인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현장에서 피의자들을 면담했던 한 보험사 조사팀 K차장은 "부검 결과 박씨 몸에서 수면제 성분이 나와 물어봤더니, 피의자들이 박씨가 맥주와 수면제를 먹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고 하더라"며 "상식적으로 '씻고 나와서 맥주와 수면제를 먹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 의심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을 때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수사의 정설을 따른다.

"얼마 전 옥상에 빨래를 널려고 올라가다가 넘어졌다고 보험을 청구해, 현장을 가봤더니 건물에 옥상이 없더라고요. 교통사고가 나서 휠체어 없이는 전혀 움직일 수 없다던 사람이었는데 휠체어로 이동이 불편한 눈 오는 날만 되면, 벌떡 일어나 걸어 다니는 사람을 볼 때도 있고요." K차장의 말이다.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해외 현장도 가리지 않는다. 서 실장은 지난 2009년 인도네시아의 한 교민이 '오토바이에 치여 남편이 사망했다'며 보험금 18억여원을 타내려 한 보험사기 사건을 인도네시아까지 날아가 밝혀낸 적이 있다. 또 각 보험사들은 보험사기 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골라내기 위해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보험사기 사각지대 해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모든 보험사기가 이런 제도·법의 그물망에 걸리는 건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보험사기로 누수되는 금액이 한 해 약 3조4,000억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06년 이후 2조2,000억원보다 52.9%나 증가한 것이다. SIU 관계자들도 이제는 보험사기가 일부의 특별한 범죄가 아닌, 일반인들이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고 저지르는 국민 범죄가 됐다고 지적한다. K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지난해만 7만명이 넘게 적발됐다"며 "적발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평범한 가정주부부터 교사, 의사처럼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까지 누구나 보험범죄에 노출돼 있는 게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요즘은 10대들까지 나서서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경우가 급격하게 늘고 있을 정도다. 몇 십만원, 몇 백 만원에 현혹돼 어린 학생들이 범법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범죄 관련자 중 10대는 952명으로 지난 2009년(508명)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

이렇게 만연한 보험사기로 인해 국민은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로 인해 가구당 20만원, 국민 1인당 7만원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회사 관계자들은 "돈 몇 푼 벌겠다고 보험사기를 벌였다가 나중에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작 필요할 때 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전에는 보험사기가 적발될 경우, 보험금 지급만 취소되고 보험사와의 보험 계약은 계속 유지됐던 것과 달리, 2010년 4월부터는 보험금 지급 취소는 물론 보험 계약까지 해지할 수 있도록 보험 약관이 변경됐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 보험사기 수사의 고충

보험사기를 수사하는 일선 경찰서의 지능팀 수사관들은 "보험사기는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정황 증거 같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 보니 검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경북 의성군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적장애인 권모(28)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가 일했던 농장 여주인 김모씨는 권씨가 죽기 몇 달 전 권씨 앞으로 보험을 2개 가입했다. 그리고는 권씨가 사망하자 나온 사망 보험금 1억5,000만원을 권씨의 부모가 아닌 자신의 통장으로 수령했다. 하지만 김씨는 보험금 갈취 관련 준사기로 불구속 입건되는 가벼운 처벌을 받는데 그쳤다. 경찰관계자는 "당사자가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데다가 직접 증거가 없다 보니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말했다.

보험사기 수사의 어려움은 이런 경우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특히 보험설계사가 연루된 보험사기는 허위입원 같은 단순한 수법이라 하더라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설계사와 보험가입자가 사소한 부분까지 입을 맞추는 등 철저히 준비하기 때문이다. 경찰관계자는 "설계사와 짜고 병원에 가짜로 입원하는 '나이롱 환자'들이 휴대폰 통화 내역과 신용카드 사용 시간을 신경 쓰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일일이 병원 앞에서 잠복하며 감시하지 않는 이상, 이들을 붙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더군다나 생명보험의 경우 진단서를 끊거나 병원에서 퇴원하고 몇 달 뒤, 혹은 몇 년이 지난 뒤에 보험금을 청구하기 때문에 실사를 나가더라도 보험사기로 의심될만한 증거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병원관계자·보험설계사가 연루된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09년 82억원에서 2010년 125억원, 2011년 173억원으로 2년 만에 2배 가량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사기관과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에 대한 단호한 법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보험사기를 적극 적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경찰청 특별단속 기간을 1년에 두 차례로 늘리고 3년 전부터는 중앙지검에 검·경 금감원 등 9개 기관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전담대책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강력한 범죄 예방을 위해서 우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경찰관계자는 "아무리 지능적인 보험사기라도 현행법상 단순 사기로 분류돼 상당수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같은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난다"며 "오죽하면 경찰들 사이에 보험사기는 열심히 수사해 봤자 변호사들 수임료만 벌어주는 꼴이라는 자조가 나오겠느냐"고 털어놨다. 또 다른 경찰관계자도 "형법에 보험사기 처벌조항을 따로 만들어 똑같이 살인을 하더라도 보험금을 노린 살인일 경우 더 무겁게 처벌하는 등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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