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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대립 격화/ 日 영향력 줄고 中·韓 목소리 커져…갈등 조율할 리더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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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대립 격화/ 日 영향력 줄고 中·韓 목소리 커져…갈등 조율할 리더십이 없다

입력
2012.08.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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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에서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다 갈래의 갈등 구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영토 문제와 과거사, 경제적 이해 등을 둘러싸고 4국 간의 대립과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국민 감정까지 겹쳐 격렬한 대립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홍콩 민간단체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상륙으로 중국과 일본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올해 수교 4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중 관계도 김영환 고문 사건과 역사 왜곡 등 산적한 갈등 요인으로 불안한 상황을 맞고 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16일 "한중일 3국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대결 구도를 형성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동북아 지역의 중요성과 국력 변화

동북아 지역의 갈등 고조는 국제사회에서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동북아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중일 3국의 국력 변화가 새로운 갈등 구조를 만들고 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미국과 맞먹는 초강대국(G2)으로 중국이 부상하고, 한국도 경제성장으로 입지가 강화된 반면 일본의 국제사회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이들 국가 간에 갈등이 고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른 사안과 달리 제3의 균형자가 개입하기 곤란한 동북아 영토 문제의 특수성에서 갈등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유럽의 경우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을 정도로 영토 문제가 동북아보다 훨씬 심각했지만, 독일이 잘못을 사과하고 유럽연합(EU)으로 통합하면서 갈등 수위를 낮췄다. 반면 동북아에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중국이 민족주의로 맞대응하고 있어서 동북아 갈등을 관리할 리더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상실하면 국제 경쟁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어려울 것이란 각국의 판단도 갈등 원인이 되고 있다.

국민 보수화 등에 업고 지지층 결집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 국가의 지도자들이 임기 말에 강경 외교 정책을 폄으로써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영토 문제 거론 등 대외적인 긴장 조성으로 흐트러진 국내 지지세력의 결집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12월 대선을, 중국은 10월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고,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중일 모두 국내 정치적 시각으로 외교 문제에 접근하는 데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절박한 입장이어서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갈수록 보수 성향이 짙어지는 국민 정서도 국가 간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다시 잃어버린 10년을 걱정해야 하는 일본의 경기 침체와 빈부 격차, 부정부패, 저성장 등 중국 내부의 사회 불안은 양국 국민들의 보수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 위기와 불안 심리는 민족주의를 부추겨 보수 세력을 득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일관성 없는 대외 정책이 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갈등 관리 못하면 대결과 봉합 반복

동북아 국가들은 자국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갈등 구조 속에서도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한중일 3국과 러시아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대립 격화와 봉합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윤덕민 교수는 "한중일 각국의 사정이 다른 데다 영토 문제는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로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북아 국가들은 중장기적으로 공존과 상생 발전을 위한 틀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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