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재단은 16일 재단의 기부 활동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과 관련, 재단의 명칭은 유지하면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상태에선 재단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기부활동을 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대선 이후에 본격적인 활동을 하겠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활동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아 모호한 입장 표명이란 지적이 나왔다. 애매한 입장을 보인 것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 자체가 모호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철수재단은 이날 오전 박영숙 이사장 주재로 이사회를 열어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염두에 두는 한편, 재단의 설립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현재의 재단 명칭을 유지하면서 정해진 사업 계획에 따라 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재단은 "현재 창업 지원과 교육 지원, 세대간 재능 나눔 및 인터넷과 SNS를 활용한 나눔 플랫폼의 구축 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이어 "출연자의 기부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되었으나 법적으로는 출연자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재단의 독립성에 대하여 논란이 제기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불만도 드러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13일 안철수재단이 입후보예정자의 명칭을 포함하고 있어서 기부활동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재단이 명칭을 고수함에 따라 본격적인 활동은 대선 이후에 시작할 수밖에 없다. 재단 측도 어차피 대선이 4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준비 작업을 더욱 철저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현숙 재단 사무국장은 "올해는 원래 내부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며 "창업 지원 시설을 마련하는데도 몇 개월이 걸리는 만큼 예정된 사업을 준비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재단 명칭을 바꾸지 않은 데 대해서는 "재단 이름이 국민 공모를 통해 결정된데다 설립자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그러나 활동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박지는 않았다. 이는 안 원장의 대선 출마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단이'대선 이후'로 명시할 경우 안 원장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안 원장과 독립된 법인임을 강조해온 재단측으로선 안 원장의 출마 상황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자기 모순으로 비칠 수도 있다. 어쨌든 재단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하듯 안 원장은 이날 전주를 방문해 국제탄소연구소 연구원들과 만나 지역 현안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등 각계 인사와의 접촉을 계속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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