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일본이 발끈하면서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오랜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데 대해 이런 의문이 들 법하다. 한국 땅임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나 학문적 연구가 일본에 비해 부족한 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평가다. 독도 문제에 관한 최신 연구 중 가장 빼어난 성과로 꼽히는 의 저자인 정병준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는 “한국의 독도 연구는 그동안 일급 학자들이 나서서 많은 성과를 쌓은 반면, 일본에서 독도 연구는 주류 사학계ㆍ국제법학계의 관심사가 아니며 주로 독도 관련 지역인 시마네현ㆍ돗토리현의 향토 사학자들이 함량 미달 논문을 내놓는 게 고작”이라고 지적한다. 일본 내 독도 연구 집단은 시마네현의 다케시마문제연구회가 유일하다.
한국 학자들의 독도 연구는 정부 수립 전부터 시작됐다. 1947년 남조선과도정부가 역사학자ㆍ언어학자ㆍ민속학자 등 당대 최고 전문가들로 울릉도ㆍ독도 학술조사대를 파견한 것이 출발점이다. 그동안 학계는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역사적 근거를 꾸준히 제시하는 한편, 전후 처리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맥락과 국제법적 검토를 통해 일본 주장이 억지임을 밝혔다. 연구소와 학회 등 독도 전문 연구자 집단이 생긴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정부 출연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이 출범하면서 독도 연구의 조직화가 진행됐고, 미국ㆍ영국ㆍ일본 등의 기록보관소에서 찾아낸 문서를 활용한 새로운 연구 성과들이 나왔다. 현재 독도 전문 연구기관으로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ㆍ해양연구실, 영남대 독도연구소 등 경북 지역 여러 대학의 부설 연구소, 독도학회를 비롯한 여러 학술단체가 활동 중이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보완해야 할 점은 있다. 정병준 교수는 한국 학계가 독도 연구의 기초가 될 문서 발굴 등 원자료 찾기에 소홀하다고 비판한다. 그가 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05년 미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찾아낸 한 장의 지도다.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1951년) 초안에 첨부됐던 이 지도는 당시 영국 외무성이 제작한 것으로 독도가 한국령으로 표시돼 있다. 정 교수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고 찾기 어려운 것도 아닌 이 지도를 한국 정부와 학계가 아예 몰랐고, 미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제대로 조사한 적도 없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좀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2006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그때까지 국내에서 나온 독도 영유권 관련 단행본은 288권, 발표된 논문류는 900여 편으로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중복 연구가 많고 학제간 통합적 연구가 부족한 것은 문제다. 영남대 독도연구소 김호동 연구교수는 각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이 개별성과 독자성을 강조하기보다 소통과 상생을 통해 연구의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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