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총 M-16과 더불어 냉전시대 양 진영을 대표하는 무기이자 세계 각지의 반군ㆍ게릴라군이 애용하는 러시아제 소총 AK-47(사진). 공급 과잉과 러시아군의 무기 현대화로 단종 위기에 몰렸던 이 전설적 무기가 미국 덕분에 다시 회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AK-47을 위시한 칼라슈니코프 상표의 총기를 생산하는 러시아 국영공장 이즈마시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군납 중심이던 이 공장은 최근 무기 판매처를 다변화하려는 정부 방침에 맞춰 민간용 상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민간 판매 비중은 2년 만에 50%에서 70%로 급증했다. 미국 소비자들 덕분이다.
이즈마시 공장의 대미 수출량은 민간용 생산량의 40%로, 반자동소총과 산탄총이 주를 이룬다. 칼라슈니코프 총기는 미국에서 사이가(Saiga)라는 상표를 달고 팔리는데, 지난해 50%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총기시장 성장률(14%)을 훨씬 웃돈다. 판매량이 수만정 규모로 시장점유율은 아직 크지 않지만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총기시장으로 규모가 연 43억달러(4조8,000억)에 달한다.
수요 급증의 첫 번째 요인은 뛰어난 품질이다. 칼라슈니코프 총기 3정을 갖고 있는 전기기사 테리 샌들린은 "품질과 다양한 기능에서 따라올 만한 제품이 없다"고 호평했다. 1947년 제작돼 지금도 전장을 누비는 역사적 무기라는 점, 미국이 중국산 총기류 수입을 금지하고 있어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점도 소비자 구미를 당긴다. 제조사는 손잡이를 개조하고 탄창에 들어가는 탄알을 늘리는 등 미국시장에 맞는 개량형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즈마시 공장은 러시아군의 주문으로 개량형 소총 AK-12 생산을 병행하고 있다. NYT는 "러시아군이 저렴한 비용으로 무기를 현대화하는데 AK-47의 대미 수출 호조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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