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유혈사태가 종파분쟁 성격을 드러내며 주변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아파가 권력을 잡고 있는 시리아 레바논 이란 등에 맞서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터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 대치하는 양상이다.
레바논 내 시아파 유력 부족인 무크다드 부족원들은 15일 수니파 신도가 많은 베이루트 인근 베카 계곡에서 시리아 반군과 터키인 등 33명을 납치했다. 무크다드측은 "이틀 전 우리의 형제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시리아 반군에 납치됐다"며 "그를 석방하지 않으면 납치한 이들을 모두 죽이고, 납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터키 UAE 국민도 납치 대상"이라고 경고했다.
종파 간 갈등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정부군은 15일 레바논 시아파 순례자 11명이 억류돼 있는 알레포 북부 아자즈를 폭격했다. 이들은 5월 시리아에서 납치됐다. 분노한 레바논의 시아파는 납치한 시리아인 3명의 동영상을 공개하며 시리아 반군을 압박했다. 또 베이루트 내 시리아인 가게를 약탈하고, 자동차를 부수는 등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 베이루트 공항 진입로와 시리아 국경지역 주요 도로 등도 봉쇄했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납치사건은 비난받을 일"이라며 "지금 레바논은 과거 고통스런 내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밝혔다. 레바논은 1975~90년 내전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기독교 분파 등의 갈등으로 수십만 명이 숨졌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18개월째 지속되는 시리아 유혈사태에 레바논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리아와 레바논 양국의 내재된 종파 갈등이 납치사건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사우디와 카타르, UAE와 쿠웨이트 등은 이날 자국민에게 레바논을 즉각 떠날 것을 경고하고, 베이루트 주재 자국 대사관의 보안 경계를 강화했다. 타랄 아트리시 중동전문가는 "납치는 시작에 불과하며 중동의 안보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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