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바람 참 좋다 싶어 창문 활짝 열고 나다녔더니만 어디선가 못된 벌레 한 마리 집안에 날아든 모양이다. 발가락을, 허벅지를, 어깨를 물더니만 급기야 이마를 공략해버린 놈 때문에 퉁퉁 부은 얼굴로 몸 구석구석 긁어대며 저녁을 먹는데 후배가 그러는 거였다.
예의도 없이 얼굴을 물다니, 그래도 눈두덩을 물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하여튼 손에 잡히기만 해봐라, 깻가루처럼 당장에 으깨버릴 거니까. 집에 돌아와 창문을 꼭꼭 닫은 채 살충제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소기가 아닌 빗자루를 집어 들고 방방마다 쓸어대는데 어라, 싱크대 아래 구석진 틈 아래 뒤집혀 있던 갈색의 벌레 한 마리… 뭐야 왕벌이잖아!
호들갑을 떨며 벌에 쏘였을 때 퇴치법 등등을 뒤늦게 검색하는데 느닷없이 이 벌이 어디서 나서 예까지 들어와 어떻게 죽어갔을까 하는 사실이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집게로 뒤집힌 벌을 집어 바로 놓고는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죽었으나 살아 있는 모양새 그대로의 벌을 쓰레기봉투 속에 내버릴 수는 없어 선반 위 오목한 그릇 속에 담았다.
언젠가 어항 밖으로 튕겨 나온 열대어 한 마리가 바싹 마른 채 마루 한 가운데서 발견되었을 때도, 세탁기 옆 사이클 타는 자세로다가 앉아 죽은 귀뚜라미 두 마리를 집었을 때도, 나는 영문을 몰라 그 그릇 속에 놓아두었으니 그렇게 마주한 죽은 벌과 죽은 열대어와 죽은 귀뚜라미들. 에이, 시 쓰려고 그런 건 아니라니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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