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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壽 맞은 한묵 화백 개인전/ 동양적 색채로 담은 우주의 시공과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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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壽 맞은 한묵 화백 개인전/ 동양적 색채로 담은 우주의 시공과 속도

입력
2012.08.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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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나이를 잊고 살았는데….” 올해로 99세, 백수(白壽)를 맞은 한묵(韓默·본명 한백유) 화백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니 살아있어도 죽음 가운데 있다. 그래서 나이도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내년 100세를 맞는 소감을 말했다.

한국 추상미술 1세대 작가인 한 화백의 개인전이 22일부터 9월 16일까지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린다.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전시 이후 10년만인 이번 개인전에는 1950년대 초기 작품부터 2000년대 작품까지 40여 점을 아우른다.

이우환 화백이 ‘한국 근대미술의 50년사가 한묵 화백의 작품 안에 있다’고 공공연히 말해올 정도로 그는 평생 화업에서 형태와 색채 등의 조형 요소를 다양하게 탐구해왔다. 그는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로도 재직하다 나이 마흔일곱에 그림에만 전념하겠다며 돌연 파리로 떠나 50년 넘게 그곳에 살고 있다. 이번 개인전을 위해 잠시 귀국한 그는 김환기 유영국 박고석 등과 교류하고, 이중섭의 생애 마지막을 함께 보낸 한국미술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1950년대 처참한 전쟁의 단상을 반추상화로 그려내던 그는 1969년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을 계기로 화풍이 크게 바뀌었다. 거대한 우주를 방송영상으로 간접 체험한 그는 충격으로 3년간 붓을 들지 못했다고 한다. ‘거대한 우주 공간을 2차원의 캔버스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란 고민 끝에 찾은 화풍은 기하학적 추상. 거대한 원형의 소용돌이,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사선, 지그재그의 나선형 등으로 그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 속도까지 담아냈다.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 위주로 그려진 작품은 지극히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컴퍼스로 그려낸 듯한 여러 개의 원형은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에 남긴 동심원처럼 보인다.

캔버스에 우주를 담고자 했으나 내용은 오히려 한국 사회를 담아낸 작품이 여럿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그린 ‘동방의 별들’(1987). 조국의 처참한 소식을 접하고 1년 동안 붓을 들지 못했던 그는 희생자의 눈동자를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에 빗대어 그렸다.

불과 6년 전까지 화구를 들었던 그는 최근에는 산책과 독서를 주로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전시에 맞춰 대표작 100여 점이 수록된 화집(마로니에 북스)도 출간될 예정이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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