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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재판관 인선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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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재판관 인선 살펴보니…

입력
2012.08.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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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16일 민형기ㆍ김종대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임으로 이진성(56) 광주고법원장과 김창종(55) 대구지법원장을 내정한 것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헌재 재판관 자리를 고위 엘리트 법관의 승진 코스로 활용하는 관행을 그대로 답습,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헌법 전문가’를 뽑아달라는 여론의 요구 수준에 부족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이진성 내정자의 경우 2009년과 2011년에 걸쳐 세 번이나 대법관 후보로 거론됐다가 고배를 마셔 배려 차원에서 선택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법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창종 내정자 역시 지난 6월 대법관의 최종 13인 후보자에 올랐었다. 대법원 역시 “지난 6월 대법관 임명 제청 당시부터 이번 재판관 인선작업을 동시에 착수했다”고 밝혀 이러한 지적을 오히려 부추겼다. 일각에서는 10기와 12기라는 기수 선택을 볼 때 법원장 두 자리를 비게 함으로써 인사 숨통을 틔우는 측면도 고려한 게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향후 헌법재판소의 결정방향도 보수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 동안 소수자의 목소리를 주로 대변해 왔던 조대현 전 재판관의 후임으로 민주통합당이 고위 엘리트 법관인 김이수(59) 사법연수원장을 추천한 데다 진보적 색채를 띤 것으로 평가 받아 온 김종대 재판관의 후임으로 양 대법원장이 법원장 출신의 고위 법관을 채웠기 때문이다.

현재 공석 중인 한 자리를 뺀 8명의 재판관 중 박한철 재판관을 제외한 7명은 모두 판사 출신이고,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낸 송두환 재판관을 빼면 모두 고법 부장판사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정통법관 출신이다. 고려대를 나온 유일한 여성 이정미 재판관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이에 더해 조 전 재판관의 후임으로 애초에 추천된 재야 출신 조용환 변호사는 이미 여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선출이 부결된 바 있어 앞으로 남은 여당과 여ㆍ야 합의 몫인 이동흡ㆍ목영준 재판관 후임 역시 법관 출신의 고위 엘리트 인사가 결정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도 있다.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모임인 이헌 변호사는 “단순히 헌법과 법률 해석을 잘하는 고위 법관이 아니라, 출신이나 성별 등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헌재에 필요하다”며 “이제는 정치권과 대법원,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후보 추천을 받는 등 인선 절차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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