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말이면 일본과 중국을 잇는 하늘길이 완전히 열린다. 일본 도쿄(하네다공항)와 중국 광저우를 연결하는 노선이 하루 4차례씩 운항을 시작하고, 하루 8번씩 오고 가던 하네다-상하이 노선도 12회로 늘어난다. 국제선 전용인 나리타 공항 역시 기존 베이징, 상하이 이외에 중국 내 어느 도시든 원하는 곳이면 비행편이 생긴다. 13억 거대 시장이 일본에 활짝 문을 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보는 한국 항공사들의 표정은 씁쓸하기만 하다. 중국 주요 도시를 잇는 정기노선을 새로 개설할 수도, 한 두 개 항공사만 겨우 취항하던 기존 노선을 쉽게 확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 항공사들이 자유롭게 중국을 취항할 수 있게 된 건 바로 '항공자유화(오픈스카이) 협정'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에 대해선 항공자유화 협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중국이 하늘길 개방을 한국과 일본에 대해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토해양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은 지난 9일 항공자유화 협정을 공식 체결했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한 국가가 상대국 공항에 취항할 항공사 수와 노선, 비행편수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잠재적 세계 최대 항공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하늘문을 열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일본은 중국과 협정을 맺은 18번째 나라가 됐다.
물론 우리나라도 중국 항공시장을 열기 위해 여러 번 노크했다. 매년 열리는 양국 항공회담에선 오픈스카이가 단골의제였지만, 중국은 매번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대표적 관광지인 하이난섬(海南島)과 산둥성에 한해서만 항공시장을 완전 개방했을 뿐이다.
중국이 일본에는 열여 준 하늘 길을 우리나라에는 열어주지 않는 이유는 철저한 득실계산에 따른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일본은 일본항공(JAL)이 과거 파산보호신청까지 가는 등 항공산업이 부진한 상태여서 중국으로선 시장을 개방에도 승산이 있다고 본 것 같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문호를 완전 개방할 경우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비스나 경영면에서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현재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해 있는 터라, 중국이 개방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국내 항공사들로선 중국 항공노선 완전개방이 지연돼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일본 항공사들의 중국진출에 걸림돌이 사라지게 된 만큼 국내 항공사들은 거대 중국시장을 일본에 고스란히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장거리 노선이 없는 저가항공사일수록 더 절박한 입장이다.
실제로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와 전일본공수(ANA)가 합작해 만든 에어아시아재팬은 오는 10월 첫 중국 취항을 앞두고 있고, ANA 계열 피치항공 역시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에 비해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2시간 거리의 중국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없어 일본 노선이나 비행시간 5시간 내외의 중거리 동남아 노선(태국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타이완 괌 등)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항공사들은 국내시장이 포화된 터라 하루빨리 중국노선에 자유롭게 들어가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이번 중ㆍ일간 협정을 발판으로 양국 저가 항공사들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정부도 협상력을 발휘해 하루 빨리 항공자유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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