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독도 전격 방문 이후 이어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일 강경 발언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계속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8·15 경축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직접 언급하면서 이를 '인류 보편적 가치와 올바른 역사인식에 반하는 행위'로 규정한 뒤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3일 외교안보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일본이 독도 방문 대응으로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는 움직임 등을 겨냥해 "일본의 국제사회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고 자극했다. 또 14일에는 일본 국민 정서 측면에서 가장 민감한 일왕을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는데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할 것이라면 오라고 했다"며 "'통석의 염' 뭐 이런 단어 하나 찾아서 올 것이면 올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대일 강경 발언에는 배경이 있다. 우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전혀 변화가 없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실망을 반영한 것이다. 또 일본 사회가 반성은커녕 우경화하는 것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과거사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에게 해결 방안까지 제시했는데 해결은 고사하고 국내 정치가 우경화하는 데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일본의 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그렇다면 차제에 과거사와 독도에 대한 우리의 확실한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대일 강경 발언이 임기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고 임기 말 국정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의도된 행동이라는 일부의 의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독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사 문제에서는 지속적 강공으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대신 영토 문제에서는 일본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독도 방문' 카드로 보여 준 만큼 수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이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임을 감안해 지난 4년 반의 성취를 정리하는데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2008년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을 선언했다"며 "오늘 67회 광복절을 맞아 대한민국이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음을 확인한다"고 선진국 진입을 선언했다. 선진국 진입의 근거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이 넘는 나라 대열 합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세계 핵안보 정상회의 개최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심화된 양극화에 따른 박탈감, 높은 실업률과 물가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자화자찬이라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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