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독도를 전격 방문한 뒤 일왕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하는 등 연일 일본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두고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특히 야권 인사들과 상당수 전문가들은 15일"이 대통령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한일관계만 꼬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장기적 전략 없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일본 측의 반발과 역공을 부르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일본 측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한일 재무장관 회담 연기와 정상 셔틀외교 중단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왕이 한국에 오려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강경 발언에 대해 "정서적으로 반대할 국민은 거의 없지만, 외교 전략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을 자극해서 우경화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임기를 6개월 남겨 놓은 이 대통령이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악화시키면서까지 무리수를 둠으로써 차기 정권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대일 강경 발언은 일본 민주당 정권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일본 우파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 우파들의 해상 시위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움직임 등 일본의 도발이 강화될 때 우리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및 강경 발언은 자칫 독도를 국제 분쟁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독도 방문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점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듯 이 대통령의 8 ∙15 경축사에 대한 여야의 반응도 엇갈렸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 점에 공감한다"면서도 "냉온탕을 반복하는 아마추어적 태도를 보면 정부가 대일 문제에 전략적 로드맵을 가졌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은 "일본이 여전히 과거사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독도 방문에 이어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을 촉구한 것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