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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유령'서 '미친소' 열연 곽도원 "단역 장면에 NG 수십번…영화·연기 공부 더 매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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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유령'서 '미친소' 열연 곽도원 "단역 장면에 NG 수십번…영화·연기 공부 더 매달렸죠"

입력
2012.08.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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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길을 혼자 걷다 이 사람을 만난다면 움찔할 수밖에 없다. 신장 180㎝에 90㎏이 넘는 거구, 스스로도 '호감 가는 몽타주는 아니'라는 얼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인함으로 똘똘 뭉쳤다. 그런데도 "상대 여배우가 마음의 준비만 된다면 멜로 연기도 자신 있다"며 너스레를 떤다. 배우 곽도원(38) 이야기다. 최근 종영한 SBS의 수사극 '유령'에서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권혁주 팀장을 연기했던 그를 14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의 극중 별명은 '미친소'였다.

이 배우의 매력은 의외성에서 나온다. 차로 범인을 쫓는 긴박한 순간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녀시대의 '트윙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극 초반 사사건건 대립했던 김우현(소지섭)과 비슷한 정장을 입고 마주보며 "같은 옷 다른 느낌"이라는 애드리브를 던지는 식이다. 덕분에 다소 무거운 '유령'의 분위기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곽도원의 연기는 연극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연극이 좋아 무작정 극단에 들어갔어요. 주머니가 비면 막노동, 과일 장사, 가스 배달 등 아르바이트 해서 돈 벌고, 또 연극하러 갔죠.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 힘든 줄도 몰랐어요."

즐기면 성공하리라 생각했던 그에게 10년 전 위기가 닥쳤다. 선배들에게 대들었다고 극단에서 쫓겨났다. 소문이 나서 다른 극단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술에 의존해 폐인처럼 살던 그에게 여자친구도 이별을 통보했다. "미래가 없어진 거예요. 아는 형 집에서 술을 마시고 새벽에 일어나 유서를 쓰려고 종이를 찾다가 책장에서 는 책을 봤어요. 책에서 시키는 대로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걸 무작정 썼죠. A4 네 장이 꽉 채워지더군요. 그리고는 제일 가벼운 고민부터 지웠죠. 그걸 나흘간 밥도 안 먹고 잠도 자지 않고 했어요. 결론은 '지금 죽기는 아깝다. 다른 장르에서 연기를 해보자'였죠. 드라마 쪽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영화판으로 뛰어들었어요."

몇 년간 단역도 마다 않고 영화를 찍었다. 그러던 중 영화 '핸드폰'에서 또 한 번 위기를 만났다. "경찰 반장역할이었어요. 경찰서 안에 들어선 오승민(엄태웅)을 한 번 쓱 보는 단순한 연기인데 NG를 수십 번 냈어요. 와, 내가 영화를 이렇게 모르는구나 싶었죠. 그래서 감독을 하는 후배한테 영화 공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봤죠. 단편영화를 직접 만들어보라고 하더라고요. 혼자 앉아서 1년 8개월동안 시나리오 쓰고 찍으면서 영화를 배웠죠. 아직도 편집을 못해 어디 내놓을 수는 없지만 정말 중요한 공부 했어요."

그런데 이 배우, 인터뷰 내내 질문을 하면 귀를 자꾸 기자 쪽으로 기울인다. 이유를 물었더니 어렸을 때 열병을 심하게 앓고 난 뒤로 왼쪽 귀가 전혀 안 들린단다. "'유령' 촬영 때는 그 바쁜 일정에도 감독님이 항상 저한테 다가와 일일이 지시를 해주셨죠. 정말 고마운 분입니다."

곽도원의 연기는 조만간 영화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점쟁이들'(9월말 개봉 예정), '회사원'(10월) 촬영을 마쳤고, 내년 개봉할 '분노의 윤리학'을 찍고 있다. 그 다음 일정은 "머리와 가슴 속을 완전히 비우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기'를 할 계획"이란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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