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가 위크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41)의 망명을 받아들이면서 어산지의 앞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강제 송환 위기에 처한 어산지는 6월부터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대사관에 머물고 있다.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15일 "영국 정부가 대사관에 진입해 어산지를 체포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이 외교 관례를 깨고 대사관에서 강제로 어산지를 끌어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16일 "대사관을 급습하겠다는 위협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퇴한 영국의 저명 외교관 앤서니 브렌턴 경은 "대사관의 치외법권 침해는 전세계 외교시설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BBC방송에 말했다.
어산지 지지자들은 외교관 면책특권 활용 방안을 제시한다. 어산지가 에콰도르 국적을 획득하고 주영 대사관 직원이 되면 체포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관 지위를 얻으려면 상대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영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 법률 전문가 칼 가드너는 "에콰도르가 어산지를 유엔대사로 임명하면 유엔 회의가 열리는 곳으로 출국이 가능하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유엔 총회에서 어산지의 대사 지위를 박탈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빈 협약에 따라 개봉이 금지된 외교행낭에 숨어 배편을 통해 영국을 빠져나가는 방법도 거론된다. 하지만 외교행낭도 열 감지기 등의 검색을 피할 수 없고 결국 화물의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외교행낭이라도 적법하지 않은 화물이 들어있다는 혐의가 있으면 개봉할 수 있다.
신출귀몰한 행적을 보여온 어산지가 변장을 하고 대사관을 탈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9대의 경찰차와 30여명의 경관이 24시간 감시하고 있는 대사관을 몰래 빠져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발각되면 바로 체포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 부담도 크다.
결국 어산지는 대사관에 오랜 기간 발이 묶일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자유라는 말을 가장 자주 쓰는 어산지가 '형기 없는 고급 감옥'에 갇히는 상황에 빠졌다고 전했다.
한편 남미국가연합은 에콰도르의 어산지 망명 허용에 대한 긴급 외교장관회의를 19일 개최키로 했다. 회담에서 에콰도르 지지 선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남미와 영국이 포클랜드 영유권 분쟁에 이어 또다시 외교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류호성 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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